더 뜨거워진 '분양가상한제 탄력운용' 논란
정부 "시장상황 모니터링해 필요한 곳만 가격 규제"
"규제 허점 보완 우선..정부 시장감시 기능 신뢰할 수 있어야"
2013-09-16 16:26:44 2013-09-16 16:30:24
[뉴스토마토 최봄이기자] 가을 분양대전을 앞두고 정부의 분양가 탄력운용 방안 도입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분양가 인하 경쟁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규제 완화는 의미가 없다는 의견과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라는 의견이 팽팽해 졌다.
 
올 가을 건설사들의 분양 마케팅 키워드는 '착한 분양가'로 압축된다.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은 위례, 강남, 동탄 등 주요지역에서 일제히 분양을 시작하고 있는 건설사들은 3.3㎡당 평균분양가가 기존주택 인근 시세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시세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며 분양가 상한제를 탄력운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 9월 제출된 정부안은 19대 국회에서 상임위에 계류된 채 관련 논의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정부, "그때그때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 정할 것"
 
정부안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분양가 상한제를 풀어주되 필요한 곳에만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이 주택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일률적인 가격규제까지 적용하면 거래가 위축되고 주택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아니라 '탄력운용'이라고 강조한다. 현재도 소비자가 분양 원가나 적정 분양가 수준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상한제까지 폐지하면 소비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때문에 정부안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상한제를 적용할 지역을 그때그때 정하도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풀어 택지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경우 건설업체가 과도한 이익을 볼 수 있어 가격을 규제한다는 것이다.
 
분양시장 과열 양상에 따라 실시됐다 폐지되기를 반복했던 선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다. 4.1대책 후속법안이 국회에 수개월째 계류돼 있는 상황에서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정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사무관은 "정부는 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제도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출안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용안과 분양가 상한제 폐지법안 비교(자료=국토교통부)
 
◇"똑똑한 수요자, 가격은 시장에 맡겨야"
 
건설업계는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는 차원에서라도 분양가 상한제 완화나 폐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향후 분양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수급조절이 안정을 찾을 때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에 적극 나설 유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시장은 고급주택 시장 등 다양한 틈새영역이 존재한다"며 "분양가 상한제 탄력운용은 소비자가 다양한 품질과 가격대의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허 연구위원은 "'착한 분양가'가 분양시장의 트렌드가 된 것만 봐도 과거와 같이 분양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며 "이제 수요자들이 분양가와 주택 품질을 꼼꼼히 따지고 선택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분양가는 시장에 맡기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현행 분양가 상한제도 허점 많은데..."
 
반면,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완화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건설경기가 크게 좋아진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를 위한 안전장치 기능을 하는만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노철오 RM리얼티 대표는 "분양시장이 호황이었을 때 건설업체가 고분양가로 많은 이득을 봤던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도 건설사들이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우고 있지만 분양가는 옵션, 층에 따라 달라지는데다 비교대상을 무엇으로 삼느냐에 따라 판단기준은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사정이 어려운 민간건설업체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질의 주택을 싸게 사는 것이 제일 좋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정부의 시장감시 기능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최승섭 경실련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정부가 주택정책심의위원회를 연다고 하지만 언제 열리고 어떤 기준으로 심의가 이뤄지는지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운용되고 있는 분양가 상한제도 규제가 허술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분양가 심의를 할 때 기본형건축비, 택지비와 함께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가산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설계비, 지능형 설비 등 기본형건축비에 해당하는 항목을 가산비에 이중 계상해 분양가를 부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 부장은 "부동산 경기가 어떻게 움직일 지 누구도 모르지 않냐"며 "집을 짓기 전에 사는 선분양제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마저 허술하게 운영된다면 다시 건설경기가 과열되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사진=뉴스토마토DB)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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