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돈 안쓰는 '고의 불용'까지 동원..안타까운 정부
2013-09-16 16:11:00 2013-09-16 16:14:40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올해 세입 부족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강도 높은 지출삭감에 돌입했다. 사실상 금기(禁忌)에 가까운 '불용예산의 임의적인 확대' 방안까지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추산하고 있는 세입부족분은 국세수입에서만 7조~8조원으로 예상되지만, 정치권에서는 최소 10조원 이상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최근 각 부처 기획예산담당관이 참석하는 워크숍을 열고, 부처별로 우선순위가 낮은 사업을 중심으로 세출절감안을 16일까지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가 세입 부족분을 메우는 방법으로 선택한 세출절감이 불용예산을 늘리는 방안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불용예산은 예산안 편성 때 계획했던 사업이 무산됐거나 예산보다 적은 돈으로 사업을 마무리 한 경우 남아서 사용하지 않게 되는 돈이다.
 
예를 들어 국방부가 차세대 전투기 도입을 위해 올해 5000억원의 사업비를 예산에 편성했지만, 전투기 도입을 위한 계약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도입이 무산된 경우 5000억원의 예산은 사용되지 못한 불용예산이 되는 것이다. 5000억원에 구입할 전투기를 협상을 잘해서 4000억원에 구입했다면 절감된 예산 1000억원이 불용예산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불용예산을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임의로 확대하게 될 경우 재정정책의 신뢰도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당장 각 부처에서는 예산 집행이 종료되지 않은 사업 가운데 삭감할 예산의 우선순위를 정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액은 크지만 사회적 파장이 적은 중소규모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중심으로 세출절감을 타진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16일 정부부처 한 관계자는 "세입때문에 불용을 맞추는 것은 그야말로 '나쁜 예'가 될 수 밖에 없다"면서 "예산을 편성할때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을 위주로 편성했는데, 세입이 모자라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업을 접으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불용예산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해 2008년 5조5553억원, 2009년 5조1667억원, 2010년 5조5344억원, 2011년 5조8024억원, 2012년 5조7221억원 등 해매다 5조원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예산이 절감되거나 계약 파기 등으로 피치 못하게 사용되지 못하는 경상적인 불용예산이 5조원 가량 되는 셈이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이 불용예산 규모를 세수부족분인 8조원을 메울 수 있는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사실 불용예산을 줄이는 것은 어렵지만 늘리는 것은 쉽다. 지침을 정해서 쓰지말도록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올해 세수 부족분이 적지 않은 만큼, 세수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불용액을 늘릴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세수입 예측을 잘못해서 세수입에 맞춘 세출사업을 할수 없게 된 셈이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예산을 쓰지 않고 일부러 불용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예산을 짤 때 반드시 필요한 부분에 써야 한다고 요구해서 짠 것인데, 이것을 임의로 줄인다는 것은 꼭 써야하는데 못쓰게 한다거나 원래 필요없는 곳에 예산을 배정했다는 말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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