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패스포트 본격 '시동'..과제도 '산적'
자산운용업계 "경쟁력 확보 선결돼야"
2013-09-23 18:55:38 2013-09-23 18:59:21
[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한국과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4개국 펀드의 상호 교차판매가 허용된다.
 
이로써 국내 투자자의 펀드 선택 폭과 분산투자기회는 확대되고 비용절감을 통해 국내 자산운용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하지만 세제문제와 환 위험헤지 문제 등 현안을 극복해야 한다. 판매방식에 대한 이견 조율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내 펀드패스포트와 관련 세부방안이 마련된다. 내년 상반기 업계와 전문가 의견 수렴 후 참여국 사이에 다자간양해각서(MMOU)를 준비하는 것으로 돼 있다. 2015년 개별 참여국 별로 제도 시행을 위한 법적 제도적 개선이 마련되면 2016년 공식 출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방침이다.
 
펀드패스포트는 펀드의 인가와 등록, 판매 등에 대한 상호인증과 이에 관한 공통규범을 마련해 이를 채택하는 국가 간 펀드의 교차판매(Cross-border distribution)를 허용하는 제도다.
 
하지만 업계는 경쟁력 구축이 선결조건인 만큼 실행화되려면 현재 예상보다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A자산운용 대표는 "정부와 자본시장연구원이 주체가 된 논의가 계속돼 왔고 최근 이들로 꾸려진 워킹그룹과 업계 간 소통도 몇 차례 있었다"며 "다만 여전히 기초적인 방식을 정함에 있어서도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급한 방향설정보다는 시기가 늦춰지더라도 천천히 내다보며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승패는 세제문제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B자산운용 대표는 "업계 스스로 성장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금융당국의 제도적인 문제를 먼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지금처럼 투자업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타이트한 상태에서는 손과 발을 묶은 채 글로벌 기업과 겨루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과적으로 실익은 없이 국내 자산운용업계 경쟁력에 오히려 해를 입힐 수 있다"며 속도와 효율성 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펀드패스포트를 통해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장기적인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 장기투자펀드에 대한 세제지원과 퇴직자산과 펀드시장의 연계강화, 자산관리 시장 확대 등과 같이 국내 투자자들에게 장기투자 유인체계를 제공해 업계 수요기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종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자산운용사의 관점에서 보면 펀드패스포트 참여를 계기로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경쟁이 이전보다 심해지면서 국내 펀드투자수요를 해외 자산운용사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펀드패스포트가 시행되면 경쟁구도가 변하게 되고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수요기반 약화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다른 측면에서 보면 국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심해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별화된 해외투자 펀드상품 개발 유인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국내 자산운용업계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해외법인에서 해당국가에 등록, 운용하는 펀드패스포트 펀드를 국내에 판매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외진출의 유인도 높아진다는 분석에서다. 또한 해외 자산운용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자산운용사의 펀드가 기존보다 쉽게 해외투자자들에게 판매될 수 있으므로 잠재적인 펀드 판매시장 역시 이전보다 커질 수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설명했다. 
 
한편 호주의 제안으로 지난 2010년부터 시작된 아시아펀드패스포트(ARFP) 논의는 지난 20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기구(APEC) 재무장관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호주 등 3개국 재무장관이 펀드패스포트 출범을 공식화하는 공동의향서에 서명, 본격화됐다.
 
펀드패스포트 논의에는 중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홍콩, 대만 등 13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번 공동의향서에 서명한 4개 국가는 올 초 ARFP 세부방안을 마련하는 실무그룹을 구성해 향후 일정과 기본원칙을 담은 문서 등을 마련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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