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쇼는 직접 나선 박 대통령..공약파기 입장발표는 회의서 잠깐
'인사참사'·'윤창중 성추행' 당시에도 참모 회의서 유감 표명
2013-09-24 18:26:12 2013-09-24 18:29:56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에서 공약했던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와 관련해 26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유감을 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와 같은 회의 자리에서 간접적인 입장 표명을 하는 방식이 옳은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공약 후퇴 문제는 당선 직후인 대통령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불거졌다. 2월 인수위 안팎에서 '차등지급설'이 불거지자 인수위는 부랴부랴 "현재까지 결정된 바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던 것이 시초이다.
 
지난 7월에는 국민행복연금위원회가 인수위안보다도 더 후퇴한 '소득 하위 70% 차등지급안'을 발표하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또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은 재정상의 이유를 들어 공약 이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군불을 지피기도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런 와중에 이에 대해 침묵을 지켰다.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기초연금' 공약 후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보도로 인해 후폭풍이 발생하기 시작한 후에야 국무회의를 통한 입장표명을 예고한 상태다.
 
박 대통령의 이러한 간접적이고 늦은 입장 표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대통령은 논란이 된 사안에서 대국민 담화 등의 직접적인 사과에 소극적이었다. 박 대통령이 국민 앞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은 민주당에게 정부조직법 통과를 압박한 3월 대국민담화가 유일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 '인사 참사'로 비난 여론이 들끓는 와중에 청와대는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시기와 방식 모두 문제가 돼 오히려 논란을 증폭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인수위 시절의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연이은 '부실 인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낙마 사례가 속출하는 와중에 청와대는 정권 출범 후 한 달이 지나서야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아닌, '인사위원장'인 허태열 당시 비서실장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게다가 시기상으로는 토요일 오전에 기습적으로, 대변인을 통한 17초의 짧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대독사과'라는 조롱을 듣기도 했다.
 
청와대의 '사과 논란'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대처에서 정점을 찍었다.
 
'윤창중 성추행 사건'이 발생하고 이틀 뒤인 5월10일 이남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했다. 당장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사과해야 할 당사자인 대통령이 오히려 사과를 받았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2일 이번에는 허태열 비서실장이 "국민과 피해여성, 해외동포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에 대변인이 일으킨 중대한 사건에 대한 비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다음 날, 박 대통령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서는 대신 수석비서관회의 석상을 택했다. 또 사과에는 야당이 그토록 반대했던 윤 전 대변인을 임명했던 인사 책임에 대한 반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사과를 요구받는 상황과 반대로 박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사람들 앞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경우도 있다. 사과 등이 아닌 시장방문 등의 대국민 홍보활동이 그것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은 베트남 순방 중이던 지난 8일 패션쇼 참관하던 말미에 한복을 입고 직접 무대에 올라 런웨이를 걸은 후 참석자들에게 직접 인사를 건넸다.
 
박 대통령의 '패션쇼'는 당시 '문화 외교'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대국민 사과 등 정작 국민 앞에 나서야 할 때는 직접 나서길 꺼려하다가, 보여주기식 행사에서만 직접 나서는 게 옳으냐는 비판도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당시 해외 순방에 대한 구체적 성과 대신 언론에서 '패션쇼'를 부각시키자, '해외 순방의 성과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한복을 입는 것도 좋지만 청와대가 홍보 포인트를 콘텐츠나 알맹이와 상관 없는 의상에 두려고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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