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 물가가 약 5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 탄력을 받았다.
다만 물가 오름세를 이끈 요인이 에너지 가격 상승에 크게 집중돼 있어 경기 회복세가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동반되지 않는 물가 상승은 의미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의 구매력만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상은 "임금이 물가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용이 인플레이션을 이끌게 되면 오히려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탈피 가능성은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日물가, 석달째 플러스권..근원CPI 5년來 최고
27일 일본 재무부는 변동성이 큰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8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0.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직전월 및 예상치 0.7% 상승을 모두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일본 CPI는 지난 6월 상승세로 돌아선 이후 석달 연속 플러스권을 기록하게 됐다.
신선 식품을 포함한 지난달 일본 전체 CPI도 1년전에 비해 0.9% 올라 직전월의 0.7%는 물론 예상치 0.8% 상승을 모두 웃돈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본 전국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격인 도쿄지구의 9월 근원 CPI는 0.2%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는 전달의 0.4%보다 상승세가 둔화된 것이다.
<일본 근원CPI 추이>
(자료=Investing.com)
◇에너지 가격이 물가 상승 주도.."아베노믹스 효과 균등하지 않아"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 청신호에도 일본 경기에 대해 크게 낙관하지 않는 분위기다. CPI 개선세가 실물수요가 아닌 단지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것이라 한계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미카노 테츠히데 마루베니리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만일 물가 상승세가 실물 수요에 기반한 것이라면 한 사람이 높은 물가를 감당하는 대신 한 쪽에서는 더 많은 돈을 버는 등 경기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하지만 일본 경제에는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베노믹스는 절반만 성과를 봤다"고 덧붙였다. 아베노믹스 효과가 일본 경기 전반에 균등하게 적용되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휘발유 가격은 엔화 약세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2%나 뛰며 두드러진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에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8월 CPI는 오히려 1년전에 비해 0.1%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타 수이치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에너지 가격에 힘입은 물가 상승 효과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가팔랐던 소비자 물가 상승세도 향후 완만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 구매력 약화.."임금 올라야"
아베노믹스가 정작 실물수요를 이끌지 못하고 있는 것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할만한 임금 인상이 동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주문에도 아직까지 직원들의 임금을 올리는 데 주저하고 있다.
지난 7월 일본 근로자들의 기본급은 전년 동월대비 0.4% 줄어들었다. 이는 14개월 연속 감소한 것이다.
카토 아즈사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월급이 함께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물가상승은 생활 부담만 높아진 일본 가계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3개월 연속 후퇴한 지난달 일본 소비자신뢰지수 결과에서도 일본 내 소비심리가 탄력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사이토 타로 NLI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이 함께 오르지 않는다면 가계 구매력은 점차 약화될 것"이라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업들의 임금인상을 더 강력히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바타 수이치도 "아베 총리는 물가 상승과 동시에 기업들의 임금도 함께 올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이는 특히 소비세가 인상된다면 더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내년과 내후년으로 예정돼 있는 소비세율 인상에 따른 가계 소비 부담을 우려한 발언이다.
아베 내각은 현행 5%인 소비세를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8%와 10%로 2단계에 걸쳐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소비세 1차 인상 여부는 다음달 1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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