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반면, 아이폰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LG전자는 쓴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명백한 대조다.
애플의 '아이폰5S'와 '아이폰5C'는 판매 개시 3일만에 시장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9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첫 출시국에 포함된 중국시장에서의 호응이 컸다. 노림수가 제대로 통했다는 분석.
전작인 '아이폰5'가 같은 기간 500만대를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2배에 가까운 판매량이다. 500~800만대를 예상했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기도 하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새 아이폰에 대한 수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라고 자평했다.
이에 아이폰에 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사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아이폰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지만 영업이익의 비중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 신제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 시장의 혹평에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전작을 뛰어넘는 판매량에 우려가 기대로 탈바꿈했다.
대형 TV 패널에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은 이제는 LG디스플레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배가 됐다. 단일 모델로는 최대의 판매량을 갱신하고 있고, 이번에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5C도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과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시장에서의 선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900만대 판매는 컨센서스를 크게 상회한 것으로, 지난해 아이폰5의 첫 주말 판매량 500만대를 크게 압도하는 성적"이라며 "아이폰5C의 가격이 너무 높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공개 후 아이폰 판매량 전망치가 소폭 상향 조정된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아이폰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고 있는 반면에 LG전자는 쓴웃음을 짓고 있다. 지난 8월 G시리즈의 결정체이자 야심작인 'G2'가 국내외 호평과 함께 국내시장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아이폰 신제품과 정면대결을 피할 수 없게 됐다.
G2는 이달 중순부터 미국시장과 유럽시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시작했다.
아이폰 신제품이 혹평을 받자 그 반대급부를 'G2'가 누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반응에 그 피해가 G2 판매량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정반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아이폰 열풍에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에 판매량 대비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기에 같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채용하고 있는 '갤럭시노트3'가 출격하면서 그 피해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아이폰의 경우 충성도 높은 고객들의 구매가 초반에 이어지는 반면 같은 운영체제를 공유하고 있는 갤럭시노트3는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대체적 평가.
그럼에도 글로벌 스마트폰 3위 제조사로 올라선 LG전자가 치고 나가기 위해서는 1, 2위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애플과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피하기 보다는 정면대결을 통해서 존재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은 전장이며,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지난 1, 2분기 3위 스마트폰 제조사로 올라섰기 때문에 이제는 상위 업체들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판매량 확대를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어 마케팅 비용이 늘겠지만 존재감 부각을 위해서는 필요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 LG트윈타워. (사진=뉴스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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