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롤러코스터', 상상력 만개한 하정우스러운 영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 묘사 단연 으뜸
2013-10-08 12:19:25 2013-10-08 12:23:13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욕 캐릭터로 한류스타가 된 배우가 어린 아이에게 무자비한 욕을 하는 일, 스님이 씨스타의 '나혼자'를 부르며 목탁을 두드리는 일, 비행기 기장이 착륙에 세 번이나 실패하고 자책하는 일, 한 승객이 비행기에서 면도를 하던 중 비행기가 갑자기 흔들려 얼굴이 난자되는 일을 상상한 적 있는가.
 
이렇듯 배우 하정우 첫 데뷔작 영화 '롤러코스터'는 상상력이 만개한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지?'라는 장면이 시종일관 이어진다. 또 약 15명의 캐릭터가 하나 같이 생동감이 넘치고 독특하며, 강한 임팩트가 있다.
 
'롤러코스터'는 영화 '육두문자 맨'으로 한류스타가 된 마준규(정경호 분)가 일본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가 추락 위기를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비행기 안이라는 공간적인 제약을, 수 없이 많은 캐릭터들이 쉼 없이 떠드는 것과, 예상치 못한 기발한 설정과 마치 몰아치듯이 이어지는 빠른 호흡으로 극복했다.
 
'더 테러 라이브'가 한정된 공간에서 하정우의 깊이 있는 연기에 의존했다면, '롤러코스터'는 이러한 제약을 다양한 캐릭터와 이른바 '드립'이라 할 수 있는 희한한 대사로 채워넣었다. 정신이 없을 정도로 빠른 전개는 이 영화가 한 공간에서만 이뤄진 영화라고 느껴지지 않게 한다.
 
◇'롤러코스터' 스틸 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캐릭터들에 대한 묘사는 최근 그 어떤 영화에서 보지 못했던 신선함과 기발함, 생동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김병욱 PD의 '하이킥' 시리즈에서나 볼 법한 강력한 캐릭터가 총집합했다.
 
강박증과 심리적 불안증세를 안고 있는 배우 마준규(정경호 분)을 비롯해 씨스타의 '나혼자'로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김병옥 분), 온 몸에 문신을 뒤집어 쓴 기장(한성천 분), 기장이 승객에게 말할 때 장난이 지나친 부기장(임현성 분), 한국어가 늘지 않는 일본인 승무원 미나미토(고성희 분), 심장이 약해 목숨이 위태로운 라이벌 항공사 회장(김기천 분)과 그를 지극정성 보좌하는 비서(손화령 분), 사소한 것으로 다투고 금세 키스로 화해하는 신혼부부(이상원, 이수인 분) 등 비행기 안의 인물들은 판타지와 현실을 가로지르는 입체감으로 90분동안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를 보기 전 정경호의 원맨쇼를 상상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 정경호가 맡은 마준규는 주위 인물과 끊임없이 부대낀다. 자신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은 물론 상호작용을 하는 다른 배우들의 시너지도 함께 어우러진다.
 
그간 미소년 같은 이미지의 정경호는 '롤러코스터'를 통해 4차원의 톡톡튀면서, 때로는 찌질한 소위 '병맛'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할 수 있음을 알렸다. 그의 스펙트럼이 한 차원 넓어진 영화다.
 
이외의 약 15명의 배우들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나 지난해 개봉한 '577프로젝트' 출신 배우들이다. 대본 리딩만 3개월을 준비했다는 '롤러코스터'팀의 호흡은 특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유명세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영화 안에서의 연기력은 딱히 흠 잡을 만한 구석이 없는 배우들이다.
 
하정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빠르고 정신없이 가볍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메시지를 표현하는 방법은 하정우스럽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그의 진지함이 묻어나온다. 영화는 공포를 맞이한 한 인물이 반성을 통해 새롭게 변화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인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메시지를 드러낸다. 유머러스함 속의 진지함을 가진 하정우라는 인물이 철저히 드러난다.
 
순제작비 10억 이내라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진 '롤러코스터'는 하정우의 유머와 연출의 센스, 배우들의 기묘한 합으로 한계를 넘었다. 영화를 보고나면 하정우와 친구가 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영시간 94분. 10월 17일 개봉.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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