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택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현지시간으로 8일(한국시간 9일)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CT)의 수입금지 권고안을 수용할 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삼성전자(005930)와 애플 간 세기의 특허전이 그의 결정에 의해 일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또 자국산업에 대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강화될 경우 무역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그의 결정을 하루 앞둔 8일, 국내외 IT 업계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지배적으로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항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 다만 항소 여부에 상관없이 수입금지는 예정대로 발효된다.
지난 8월9일 ITC는 삼성전자의 구형 스마트폰이 애플의 상용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미국 수입금지 판정을 내리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해당 제품의 수입 금지를 권고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규정에 따라 60일 이내인 8일까지 권고안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앞서 있었던 ITC 권고안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극히 이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8월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제소한 건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는 25년만의 첫 거부권 행사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의외의 결단으로 받아들였고, 자연스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다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관측이다. 삼성전자가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주요 무기로 내세워 온 '표준특허'의 본질적 특성을 감안하면 지난 거부권 행사는 이해할 수 있다는 설명. 게다가 이번에 애플이 걸고넘어진 특허는 표준특허가 아닌 기업의 고유 자산인 '상용특허'라는 차이점이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출처=백악관 공식홈페이지)
법조계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권고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허제도 개혁에 나선 오바마 행정부가 표적으로 삼고 있는 건 미국 전체 특허소송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특허괴물'이지, 애플이 아니라는 게 주된 분석. 상용특허를 무기로 삼은 애플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는 얘기다.
불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삼성전자는 대외적인 미국 정부 압박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미국 무역대표부 위원장에게 보낸 서신을 공개하는 등 여론을 유리한 흐름으로 전개시켜 나가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이 서신에서 삼성전자는 "세계가 이 스마트폰 전쟁에서 미국이 삼성을 어떻게 취급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회사들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와 보호주의를 막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가능성은 낮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해가 갈수록 특허소송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내 특허 분쟁을 다루는 기구가 ITC와 법원으로 이원화돼 있어 혼선이 초래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또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점도 외면할 수 없다.
'특허전쟁'의 저자인 정우성 변리사는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권고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혁신적인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이원화된 특허분쟁 기구를 법원으로 일원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거부권 행사가)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매우 고무적인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크게 잃을 건 없다. 삼성전자 제품 수입금지 권고안에 대해 거부권이 나오지 않더라도 금지 대상에 오른 품목이 모두 구형 모델이라는 점에서 실적 등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수입금지 되는 품목이 대부분 구형이라 소비자 수요가 거의 없고, 일부 수요가 있다 해도 기존 재고로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