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정부의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이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이보다 더 낙관적인 전망을 바탕으로 마련된 공약가계부도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말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임기말까지 총 134조8000억원의 공약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공약가계부를 작성해 공개했다.
문제는 이 공약가계부가 임기 5년간의 연평균 성장률을 4%로 가정하고 작성했다는 점이다.
임기 첫 해인 올해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 2.7%가 맞아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남은 4년간 4% 중반대의 성장을 해야만 연평균 4%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한국경제가 선진국형 저성장의 기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4% 중반의 성장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내년에도 4%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3.9%로 4%에 근접한 수치를 제시했지만,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은 그보다 훨씬 어둡다.
11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최근 2014년도 한국의 경제전망을 발표한 국내외 36개 기관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5%에 그친다.
29개 기관이 정부가 예측한 3.9%보다 낮게 전망했고, IMG와 독일의 DeKa방크는 2%대(2.6%) 전망치를 내 놓기도 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목표가 낙관적으로 보인다"며 "내년 경기가 예상보다 살아나지 못하면 올해처럼 재정이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세수부족과 재정적자 확대로 뒷받침이 될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도 4% 성장이 어려운데 연평균 4% 성장 달성을 기초로 작성된 공약가계부가 제대로 이행될리가 만무하다.
기획재정부의 2013년~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과 공공기관 중장기재무관리계획 역시 4% 성장을 전제로 작성됐다.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2013년~2017년 연평균 4% 성장을 하더라도 임기말에 국가부채가 610조원으로 60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GDP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20%대로 낮추는 균형재정 목표마저 다음 정부로 미뤄졌지만 이 역시 성장률이 기준치에 못미치면 불가능한 목표가 된다.
사실상의 저성장 국면을 반영하지 않으면서 신뢰도 잃고 있는 것이다.
1%~2% 성장에 그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선진국들보다는 낫겠지만 인도나 중국, 남미 신흥국 수준으로 성장할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정부의 경제전망은 낙관적인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것"이라며 장미빛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중인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경제활력 저하는 정부의 단순한 노력으로는 극복이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03년 이후 신흥국에 가까운 6%대 성장을 기록한 적이 단 한차례 밖에 없다. 2010년 6.3% 성장도 2009년 0.3% 성장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 컸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 이후로 따져보면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3%도 채 되지 않는 2.9%에 그친다.
이런 정부가 지난 2012년에 내 놓은 국가재정운영계획에서는 향후 5년간 4.5%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했다. 과도한 낙관론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정책목표의 측면에서 성장률을 제시했을 것"이라면서도 "우리나라는 이제 과거와 같은 성장을 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는 "우리 경제는 더 이상 1970년대의 고도성장률을 달성하기 어렵다. 선진국형 저성장 시대로 진입한 것"이라며 "정부가 여전히 개발연대 시대의 사고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