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편성채널의 승인조건 이행실적 점검결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방통위가 종편 사업자들이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해 규제·감독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인권센터가 구성한 종편·보도전문채널 승인 검증 태스크포스(TF) 유승희 민주당 의원실과 함께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미디어 생태계 회복을 위한 종편 규제의 진단과 제안’ 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검증팀은 종편의 승인조건 중 ▲방송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 방안 ▲소수시청자 지원방안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 ▲국산 방송장비 산업 기여 계획 및 연구개발(R&D) 방안 ▲콘텐츠 산업 육성·지원방안 등 5개 항목을 집중 점검했다.
먼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에서 TV조선은 ▲공정보도특별위원회 ▲소셜미디어에디터 ▲오디언스에디터 ▲제작자방송평가위원회를 운영하지 않았다. JTBC는 공정보도위원회를, 채널A는 막말 3진 아웃제를 설치·운영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방통위는 지난 8월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TV조선만 공정보도 특별위원회 도입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었다.
또 지역균형 발전과 소수시청자 지원방안에 종편 4개사 모두 이행실적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가 전반적으로 성실히 이행했다고 평가한 것과는 다른 결과다.
검증팀은 “종편사업자들이 방송을 통한 지역균형 발전방안과 소수시청자 지원방안을 전반적으로 성실히 이행했다는 방통위의 평가는 이해할 수 없다”며 “부실 평가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통위는 무슨 내용을 근거로 이러한 평가를 내린 것인지 근거자료를 상세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검증결과 JTBC는 지난해 월별 오락편성 기준(50%)을 총 7차례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MBN의 지난해 상반기 보도 편성비율은 45.1%였으며 하반기에는 52.5%로 늘었다. TV조선과 채널A는 시사교양 비율이 지나치게 높았다.
<2012년 종편 재방 비율과 2011년 지상파 재방 비율>
(자료 제공=언론개혁시민연대)
종편의 지난해 재방송 비율은 JTBC 60.8%, 채널A 58.5%, TV조선 58.1%, MBN 40.5%로 조사됐다. 이는 2011년 SBS의 재방송 비율인 10.8%보다 약 6배 높은 수준이다.
검증팀은 방통위의 평가가 ‘전반적으로’, ‘대체로’ 등의 추상적인 표현을 통해 인상비평 수준의 평가를 내리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시정명령 대상 외에 미이행 사항에 대해서는 어떻게 이행을 강제하고 규제할 것인지 아무런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실한 평가의 원인으로는 방통위가 종편사업자가 제출한 자료에만 의존했다는 점이 꼽혔다. 이로 인해 종편의 편성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평가의 구체성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내년으로 예정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이런 이행실적 평가 자료를 사용할 경우 또 다시 부실 심사가 될 것”이라며 “방통위는 재승인 심사에 앞서 종편 이행실적에 대한 별도의 자체조사와 종편의 방송프로그램 편성 실태에 대한 중점 점검 실시, 불이행 사항에 대한 추가적인 시정명령 조치 등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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