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민주당) 의원은 국감 자료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23일 제1소위원회를 열어 상호출자제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허위 제출해 계열사를 누락 신고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효성은 계열사인 공덕개발을 1992년 이후 20년간 차명소유 방식으로 위장 계열사로 운영해 오다가 지난해 하반기에서야 신고했다. LG도 2012년 4월 계열사 현황 자료 제출 시 19개 친족 소유 회사를 누락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정부 들어서 겉으로는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속으로는 재벌 봐주기와 청와대 코드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효성과 LG의 위장 계열사 처분에 대해 사건 조사 부서인 공정위 경쟁정책국은 당초 고발의견을 제시했으나, 제1소위원회가 제재수위를 경고로 낮췄다.
이에 공정위는 "효성은 누락 회사가 1개사에 불과하고 효성측 소속회사와 누락회사 사이에 임원 겸임이 없다"며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여부에 영향을 주지 않았고, 자진신고한 점, LG는 누락회사들 사이에 임원 겸임과 지분 보유가 없는 점 등을 감안해 경고 처분을 했다"고 해명했다.
(자료제공=김기식 의원)
김 의원은 이 같은 공정위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지난 2010년 위장계열사를 누락한 효성 조석래 회장에 대해 고발 조치 했다. 2010년 7개 위장 계열사 운영과 허위자료 제출 혐의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효성의 동일인 조석래 회장을 고발했다. 효성이 이의를 제기하자 재결을 통해 각하하기도 했다.
당시 공정위의 고발 논리는 계열사 누락 신고는 재벌 규제의 실효성을 근본적으로 저해하는 중대한 위법 행위라는 것이었다.
2000년과 올해 공정위 처분을 비교해 보면 미편입 기간이 23년과 20년, 지분을 혈족 1촌이 보유하는 등 모두 조건이 같다. 누락한 계열사 숫자만 7개사와 1개사로 다를 뿐이다. 공정위가 같은 사안에 대해 상반된 처분을 내린 셈이다.
◇2013년 8월23일 공정위 주간보도계획 수정 전·후 비교(자료제공=김기식 의원
한편, 공정위는 지난 8월23일 오전 정재찬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홍보대책회의에서 주간보도계획에 '기업집단 지정관련 허위자료 제출행위 등에 대한 건'을 적었으나, 제1소위원회가 오전에 경고 처분을 내리자 당일 오후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김 의원은 공정위가 정치적 처분을 내렸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위가 처분을 내린 8월23일은 대통령과 10대 재벌 총수들의 간담회 5일 전"이라며 "공정위가 대통령 눈치를 보며 재벌 봐주기를 한 매우 정치적인 처분의 사례"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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