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새누리당 정권의 국가기관들이 전방위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섰던 문재인 의원이 23일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문 의원은 이날 성명을 통해 "다음 대선에서도 국가기관이 동원되는 선거가 되면 안 된다"며 지난 대선을 사실상 '관권선거'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문 의원은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위기"라면서 "지난 수십 년 간 소중하게 발전시켜 온 민주주의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의 공정성, 권력기관과 군의 정치중립성, 심지어는 수사기관의 독립성까지 모두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가정보원의 댓글과 트위터 활동 ▲대선 사흘 전 있었던 경찰의 거짓 브리핑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 개입 ▲국정원 사건을 수사 중인 윤석열 검찰 특별수사팀에 대한 외압 등과 관련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문 의원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라면서 "국민은 투표로 주권을 행사한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정당하게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대전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기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면서 "더구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에 외압이 행사된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로서 작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다.
그는 아울러 "최근 하나씩 드러나고 있는 권력기관들의 대선 개입과 관권선거 양상은 실로 놀랍다. 국정원 경찰은 물론 군과 보훈처까지 대선에 개입하고, 정치에 개입하고, 불법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또 "국정원의 대선 개입 정도도, 기소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는 게 확인됐다. 특히 군사독재 시절 이후 찾아보기 어려웠던 군의 선거 개입은 경악스럽다"면서 "그마저도 다 밝혀진 것이 아니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그러면서 "심지어는 대선이 끝나고도 진실을 은폐하기 위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과 검찰 수사가 방해받고 있다"며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외압 논란도 언급했다.
특히 "국정원 대선 개입의 진상을 규명하고 국정원을 개혁하라는 국민과 야당의 당연한 목소리까지 대선 불복이라며 윽박지르고 있다"고 새누리당을 비판한 문 의원은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고 단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근혜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면서 "박 대통령은 직시해야 한다. 본인과 상관없는 일이라며 회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지난 대선의 불공정과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의원은 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이 엄중한 사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하게 밝혀주시기 바란다. 그리고 즉각 실천에 나서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그리고 그는 박 대통령이 해야 할 실천에 대해 "드러난 사실에 대해 엄정하게 문책해야 한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을 개혁하고, 국가기관들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그는 "결코 과거 일이 아니다. 미래의 문제다. 다음 대선에서도 국가기관이 동원되는 선거가 되면 안 된다"면서 "박 대통령의 결단만이 혼란을 막을 수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진실을 덮으려고 하면 할수록,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물론 박근혜 정부가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다. 부디 민심을 거역하는 길로 가지 않기를 바라는 충정에서 드리는 권고"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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