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관세청이 국가정보사업을 이유로 비영리법인을 만든 후 관세청 퇴직공무원들을 재취업시키고, 수백억원대의 소관사업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법인에는 수년간 고위공무원 퇴직자들이 경영진으로 재취업했고, 관세청이 발주하는 정보화사업을 집중적으로 수주했다. 관세청이 출신 퇴직자들의 일자리는 물론 수익까지 보장해주고 있는 셈이다.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정의당)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은 지난 2006년 8월에 '국가관세종합정보망'(UNI-PASS) 수출을 위해 비영리 재단법인 '한국전자통관진흥원'을 설립했다.
2010년부터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로 이름을 바꾼 이 재단법인의 대표와 임원들 대부분은 관세청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했던 퇴직 관료다.
이종운(관세청 서기관 출신)씨를 초대 사장으로, 출발했던 작은 조직은 성윤갑 전 관세청장이 이사장을 지내고, 김종호 전 부산세관장이 명예퇴직한 직후 대표로 취임하면서 전직 관세청 고위관료의 재취업 통로가 되고 있다.
현재도 김도열 전 인천공항세관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연합회에는 피재기 전 대구세관장, 정세화 전 광주세관장, 여영수 전 인천세관장 등 4명의 이사진 모두를 관세청 출신으로 채웠다.
문제는 관세청이 전직 관료들이 모인 이 조직에 공공계약을 몰아주고 있다는 점이다.
연합회는 '국가관세종합정보망의 이용 및 운영 등에 관한 고시'에 의거해 수의계약된 유일한 사업자이며, 정관상 예산과 사업계획 모두를 관세청장에게 보고하고 승인받고 있다.
연합회는 특히 2010년 4월에 사회사인 (주)KCNET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관세청의 정보사업을 수주하고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KCNET은 설립 두달만인 2010년 6월에 7억2000만원 규모의 관세정보 DB정제사업을 수주했고, 2011년에는 46억3000만원, 2012년에는 67억원의 관세청 사업을 수주했으며 올해도 현재까지 55억원의 사업을 수주했다.
KCNET이 설립 3년여간 관세청으로부터 몰아받은 일감만 총 175억5600만원에 달한다.
특히 관세청에서 가장 큰 규모의 4세대 국가관세종합정보망 사업에도 LGCNS, 쌍용정보통신, 한국정보산업협동조합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원석 의원은 "국가관세종합정보망연합회는 예산과 사업계획 모두를 관세청장에게 보고·승인받는 사실상 관세청장이 운영하는 법인이고, 그 자회사 KCNET은 관세청 일감을 받아 초고속 성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계약은 조달청을 통해 하지만, 용역의 과업제안 요청서를 모두 관세청이 작성하고 있고, 경쟁입찰도 관세청이 특정업체에 맞춤형으로 공고낼 수 있다"며 "관세청이 연합회를 설립하고 연합회가 다시 자회사를 설립해 관세청 용역을 수주함으로써 내부거래를 해 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꼬집했다.
실제로 KCNET은 설립 1년만인 2011년 8월에 관세청 전자문서중계업자로 선정됐다.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는 관세청 자장이 위원장으로 위원 6명 중 3명이 관세청 국장급 고위공무원들이다. 특히 관세청 정보협력국장은 연합회의 당연직 이사로 돼 있다.
박 의원은 "세금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퇴직자 배려 차원에서 재단과 회사를 만들고, 사업용역을 딸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내부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과제입찰 과정이나 퇴직자 전관예우가 있었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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