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데뷔 23년 차 가수 신승훈의 최근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3일 발매한 신보 '그레이트 웨이브GREAT WAVE)'는 발매와 동시에 음원과 음반 차트 정상을 석권하며 4년 만의 컴백을 무색하게 했다. 또한 지난 23일 정오에 첫 공개된 타이틀곡 '쏘리(Sorry)'는 공개 직후 주요 음원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현재도 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통산 15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이라는 대기록을 보유한 신승훈이지만 이번 앨범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다. 신보 '그레이트 웨이브'는 지난 6년 간 신승훈의 음악적 실험을 담은 3부작 미니앨범의 완성판이기 때문이다.
앨범 발매 후 서울 이태원에서 만난 신승훈은 "이번 앨범은 정규앨범 10집의 에필로그이자, 11집의 프롤로그"라고 설명했다. '라디오 웨이브(2008)', '러브 어클락(2009)' 등 이전 두 장의 미니 앨범과 비교해도 '그레이트 웨이브'가 나오는 데 시간이 좀더 걸렸다.
(사진제공=도로시컴퍼니)
시간이 이토록 오래 걸린 이유를 묻자 "한동안 음악을 안 들었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아예 음악을 끊었어요. 어떤 CD도 듣지 않고 텔레비전을 봐도 <인간 극장> 같은 다큐멘터리만 봤어요." '발라드의 황제'라는 별명에서 비롯된 무게, 음악인인데도 어느 순간 연예인으로 비치는 현실에서 오는 혼란이 원인이었다. "솔직히 음악이라는 게 아무리 좋아도 지겨워질 때가 와요. 밥 없으면 못 살 것 같다가도 어떤 날은 다른 것 먹고 싶은 것처럼요. 나한테도 애증이 생겨서, '이게 뭐지' 하고 싫어지기도 해요."
결국 처음부터 다시 음악을 하자는 마음을 먹은 후에야 비로소 고민이 풀리기 시작했다. 생각을 바꾸자 곧 음악에 대한 갈증이 터져 나왔다.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음악만 듣는 생활이 9개월 간 지속됐다. 영국의 록 음악에서 미국의 힙합 음악까지 장르별로 탐색한 후, 각 장르의 음악을 가장 많이 안다는 후배들 앞에서 테스트 완료했다. "그렇게 되니까 다시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내가 다시 공부하는 게 맞긴 맞는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평생 음악을 해야 하니까 몇 년 쉬면서 워밍업 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죠."
신승훈은 "'발라드의 황제'도 감사하지만 다음 별명을 찾고 싶다"고 했다. 장르는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브리티시팝, 재즈힙합, 디스코, 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장르를 소화했다. 미니앨범 1, 2집의 '라디오를 켜봐요', '나비효과'는 3집의 '쏘리'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내가 뭔가를 열심히 하면 다음 별명도 저절로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한 신승훈은 "브리티시팝과 안 어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만족스럽다"는 말을 보탰다. 아울러 "그 노래만 들으면 창피할 정도로 내게 안 어울리는" 장르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이같은 신승훈의 좌충우돌 실험은 청중의 다양한 반응을 수렴해 곧 완성될 예정이다. 특히 오는 11월 9일에 열리는 콘서트 '더 신승훈 쇼'는 신승훈의 23년 간 음악여정에 최근 6년 간 실험을 더해 '그레이트' 하게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다음 음악 인생을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니까요. 이상해도 이해해주세요(웃음). 아마도 데뷔 25주년 쯤에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위안이 아니라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30~40대가 된 제 오랜 팬들이 인생에서 힘들어 할 때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처럼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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