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자유화를 대변하는 세계무역기구(WTO)가 글로벌 경제침체로 미국을 비롯한 주요 무역대국들의 보호무역주의 움직임이 확산되는데 대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WTO는 9일 오전 제네바 사무국에서 회원국 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파스칼 라미 사무총장의 주재로무역정책검토(TPR) 특별회의를 열어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조항를 포함해 최근 회원국들이 취한 보호무역조치들을 검토하고, 이 같은 보호무역조치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협의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특별회의에서 거론된 보호무역조치들에는 미국의 `바이 아메리카' 조항과 함께, 러시아의 콤바인 기계 관세 인상 및 수출보조금 지급, 유럽연합(EU)의 낙농가에 대한 수출보조금 지급 및 중국산 나사와 볼트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에어버스에 대한 프랑스의 지원 추진,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인도의 관세 인상 움직임, 한국의 석유관세 환원 등이 포함됐다.
이성주 주제네바 대사는 발언을 통해 지난 해 11월 워싱턴 G20 금융정상회의 합의사항 중에 `최소한 1년간은 보호무역조치를 취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스탠드 스틸'(현상유지) 선언을 준수해야 한다면서, 회원국들은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고 주제네바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EU, 러시아 등과 같은 주요 무역대국이 다들 보호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번 특별회의는 특정국을 지목해서 비판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을 놓고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해 보자는 취지에서 소집됐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주 라미 총장에게 보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명의의 서한을 통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해서는 안된며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회의에서 브라질을 포함한 일부 개도국들은 선진국들이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경기부양책과 기업구제 방안 등에 보호주의 색채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참석자들은 글로벌 경제침체 및 보호주의 확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작년 7월이후 중단된 도하개발어젠더(DDA) 무역협상의 돌파구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데 대체로 인식을 같이했다.
WTO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위기로 인해 2008년의 세계무역은 4.0% 줄어들었으며, 특히 11월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 브라질을 포함한 15개국은 지난 주 제네바에서 `반덤핑 프렌즈 그룹' 회의를 가진 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반덤핑 조치들이 남용되는 데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경제위기가 전례가 없을 만큼 심각하고 보호주의 정서가 확산될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WTO 회원국들은 반덤핑 조치의 확산 및 남용 가능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네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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