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이 댓글 사건의 핵심 인물인 여직원 김모씨의 변호사 비용 3300만원을 대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그리고 국정원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공금을 유용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인했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어설픈 진화를 시도하다 '외통수'를 두고만 셈이다.
◇'개인 일탈'이라면서 국정원 예산 갖다 쓴 이유 뭔가
국정원은 사건 초반에 해당하는 지난해 12월과 2월 세 차례에 걸쳐 '7452부대' 명의로 김모씨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에 3300만원을 입금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사진)이 김모씨의 댓글 활동을 '개인 일탈'로 치부한 것을 상기하면 개인 송사에 국가의 예산을 지원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 원장은 지난 4일 국정원 국감에서 사실 여부를 떠나 댓글 사건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조직적인 대선 개입은 아니었고, 일부 직원의 개인 일탈 행위는 있었다고 말했다.
남 원장의 말과 국정원 예산이 김모씨의 변호사 비용에 쓰인 것은 정면으로 배치된다. 일탈을 저지른 개인의 부정한 행위에 국민 세금이 사용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여직원 김모씨의 댓글 활동은 "개인의 일탈 행위"였다는 남 원장의 말과 달리 조직적 대선 개입 활동이었을 가능성이 높아진 분위기다.
또 국정원이 사건이 불거진 초기엔 김모씨의 댓글 활동을 업무상의 일환으로 생각해 돈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다 지난 6월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불구속 기소하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부랴부랴 변호사비로 쓰인 예산을 사후처리 형태로 메운 것이라는 시선이다.
◇국정원 해명, 공금 유용 자인한 꼴
국정원은 여직원 김모씨의 변호사 비용을 대납한 것에 대해 이후 내부 모금으로 충원했으니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국정원의 해명은 공금 유용에 해당한다. 개인의 일탈 행위에 변호사비를 대납한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국가 예산을 직원 개인의 문제 행위와 관련해 임의로 집행했다 차후에 채워 넣은 것은 분명히 문제다.
특히 국정원 모금액은 국정원장을 비롯한 간부 및 동료들이 활동비 성격의 '월초비'에서 십시일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활동비 또한 국가의 예산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국정원은 여직원 김모씨의 개인 일탈 행위에 변호사 비용을 대납, 마음대로 국가 예산을 갖다 썼고 이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한 뒤에는 또 다른 국가 예산을 끌어와 메꾼 것으로 보인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낯뜨거운 변명"이라면서 "모금이란 것도 활동비 성격의 '월초비'에서 거둔 것이어서 결국 국정원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개입 의혹과 더불어 ▲여직원 김모씨의 개인 일탈 행위에 왜 국가 예산을 투입했는가 ▲개인 송사에 임의로 공금을 투입, 유용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직면한 국정원이 내놓을 대답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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