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STX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조기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인력 및 조직개편은 물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구조도 대폭 물갈이됐다. STX 본연의 경쟁력을 살려 성공 신화를 다시 한 번 써보겠다는 의지로 뭉쳤다. 채권단 등 내외부에서 지적됐던 점을 수용, 장점은 살리고 취약한 부분은 과감하게 정리했다.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8일 경영정상화의 첫 걸음으로 대팀제를 확대하고, 결재선을 4단계로 단일화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23일에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STX조선해양은 STX그룹을 상징하는 위치에 있다. STX중공업, STX엔진, 포스텍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열사들의 앞날이 걸려 있어 선제적이고 과감한 시작으로 받아들여졌다.
비상경영체제 선포 당시 류정형 신임대표는 "덩치를 줄이고 생산, 관리, 비용, 생각 등 구조를 완전히 바꾸지 않으면 회사의 앞날은 태풍 앞의 촛불과 같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했다.
STX조선해양은 기존 1총괄 부사장, 4개 부문, 17본부, 102팀에서 3부문, 14담당, 3실, 68팀으로 대폭 체제를 축소, 단순화했다. 임원 수를 44명에서 26명으로 40% 줄이고, 팀은 34개를 없앴다.
특히 STX조선해양이 상선과 특수선에 집중키로 방향을 정하면서 인력 재배치를 통해 해양플랜트 관련 조직을 대폭 줄였다.
해양플랜트의 경우 침체된 조선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STX조선해양은 후발주자로서 노하우와 기술력, 특히 자금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사실상 사업을 접기로 했다. 잘 할 수 있는 분야인 상선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일부 저가수주 물량을 솎아내는 등 장기적인 실적 개선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지주사인
STX(011810)는 자체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그간 지주사로서 계열사 지분에 의존해왔던 STX는 자체 성장 동력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기회에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나아가 자율협약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채권단은 STX에 비협약 채권자들의 고통분담과 지속 성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제시를 자율협약의 선제조건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에 STX는 지난 5일 에너지사업, 원자재수출입, 기계엔진, 해운물류 등 4대 비즈니스 축을 확립하고, 이를 통해 2017년 매출 2.2조원, 영업이익 4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룹 계열사들이 제각각 독자생존의 길을 모색하면서 지주사의 역할이 없어지기 전에 전문상사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것이다.
또 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수용해 외부거래 비중을 현재 65%에서 2017년 96%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STX팬오션(028670)은 벌크선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 STX팬오션은 벌크운송 부문 국내 1위 해운사로, 벌크선 사업 비중이 무려 70%에 달한다. 최근에는 석탄, 철광석 등 원자재 물동량이 늘면서 벌크운임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STX팬오션은 지난 9월
현대글로비스(086280)에 자동차운반석 3척을 1700억원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올해 자동차운반선 5척, LNG선 1척, 컨테이너선 3척 등 총 11척의 선박을 매각했다. 벌크선을 제외한 다른 선박들을 매각해 유동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벌크선 위주의 사업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선박 매각과 함께 관련 인력 조정도 이뤄졌다. 지난달까지 전체 인력의 30%를 감원하는 과정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돼 온 컨테이너CIC(Company In Company)를 컨테이너 영업본부로 축소했다.
또 컨테이너선 사업을 총괄해 왔던 김윤기 부사장 등 고위직 임원들도 대거 퇴사했다. 김 부사장은
현대상선(011200) 출신 컨테이너 영업 전문가로, 지난 2011년 컨테이너 사업 강화를 위해 영입한 인물이다.
한편 최근 STX건설은 지난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6개월 만에 서울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를 받았다. 회생 계획안에는 STX건설이 2015년까지 담보 채무를 전액 현금으로 상환하고, 무담보 채무 중 79.5%는 출자 전환, 나머지 20.5%는 현금 변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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