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5공화국 정권에서 간첩으로 몰려 불법 체포돼 500여일 이상을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교사 신분까지 박탈 당한 70대 노인이 국가로부터 억대의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재판장 이성구)는 간첩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고 29년만에 누명을 벗은 정모씨(75)와 그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정씨 등에게 5억5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수사관들은 정씨를 영장없이 체포하는 등 문명국가에 요구되는 인신구속에 관한 최소한의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며 "물고문을 하고 자백을 거부하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협박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씨는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해 수사관이 불러주는 대로 진술서를 작성했고, 이로써 부당한 유죄 판결을 받아 교육공무원직에서 퇴직돼 사회적·경제적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인정했다.
또 "이후에도 정보기관과 경찰 등을 통해 감시와 압박을 받았고, 간첩 혐의가 주위에 알려져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하기도 어려웠다"고 판단하고, 국가가 이에 따른 손해 등을 배상해야 한다고 봤다.
초등학교 교사 정씨는 1983년 8월 일본에서 조총련에 가입한 아버지로부터 공작금 100만엔을 받고, 국내에 돌아와 간첩활동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씨의 간첩 혐의를 무죄로 보고 사건을 판기환송했다. 정씨는 1985년 5월 환송심에서 반공법상 금품수수죄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같은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정씨는 집행유예로 석방되기까지 517일 동안 구금돼 있었고, 그 사이 교사직에서 해고됐다. 이후 정씨는 지난 2월 재심을 통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정씨가 아버지로부터 돈을 받은 행위가 국가의 존립과 안전 등을 위태롭게할 위험은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에 정씨와 가족 등은 "억울하게 간첩으로 몰렸다"며 23억25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국가를 상대로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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