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 감독이 젊은이에게 전해준 이야기
2013-11-14 08:20:55 2013-11-14 08:24:35
◇13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에서 삼성그룹의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 '열정락서'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는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 (사진제공=삼성그룹)
 
[대구=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역시 김성근 감독은 그의 별칭인 '야신(野神)'이라고 불리울 만했다. 김 감독의 강연을 들은 2500여 명의 청중은 강연이 다 끝나자 열렬한 박수로서 장인(匠人)과의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김 감독은 13일 대구 경북대 대강당에서 열린 삼성그룹의 대학생 대상 토크 콘서트 '열정樂(락)서'의 두번째 강연자로 참석해 '一球二無(일구이무) 정신'을 주제로 2500여 명의 청중을 향해 1시간 동안 강연을 펼쳤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에 이어 연단에 오른 김 감독은 청중들에게 인생을 사는 방법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했다. 더불어 강연 도중 야구와 관련된 다양한 일화를 밝혀 이날 청중을 집중시켰다.
 
◇인생은 '열정'이 없다면 무의미하다
 
이날 김 감독은 올해 포스트시즌 관련 평가로 첫 말문을 열었다. (관련기사 : 김성근 감독 "두산이 우승을 놓친 이유는..") 강연 초반의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를 일순간 정리한 김 감독은 곧바로 청년들에게 도움될 말로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김 감독은 "22살에 대한민국에 영구귀국을 했지만, 오늘까지 50년동안 벼랑끝에 섰고 남의 힘에 기대지 않고 살았다."면서 "지금 이 나이 먹어도 아마 여러분에 비해 열정은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어 "인생은 열정이 없으면 결코 살 수 없다. 무의미하다. 조금 전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의 강연 당시) 질문한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볼 때 그 자리와 그 순간에서 고민이라는 현상은 불필요하지 않나 싶다. 덤벼드는 것이 인생살이며 만약 주춤하면 패자"라는 내용의 조언을 덧붙였다.
 
'스펙에 스토리를 입히라'는 주제의 임 사장 강연 당시 한 청중은 "평범하게 공부만 해왔는데 어떻게 스토리를 입힐 지 고민"이라며 "취업에 도움될 스토리를 만드는 좋은 방법을 알려달라"고 조언을 구한 바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나친 열정이 실언으로 이어지는 것은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하나님이 눈과 귀는 여럿 주셨지만 입은 하나만 주셨다. 그것은 '쓸데없는 말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가 말 대신 얼마만큼 빠르게 행동에 옮기느냐, 거기에서 (성패판단은) 시작된다"고 말했다.
 
◇리더는 사명감이 필요한 자리
 
김 감독은 현 소속팀인 고양원더스를 포함해서 13개 팀에서 감독직을 맡았고 12번 경질됐다. 결국 대한민국에서 빈번히 팀을 옮겨다닌 감독의 한 명으로 꼽히지만 그는 아직도 야신으로 수많은 야구 팬에게 존경받고 여러 강연에 연사로 초청된다. 이는 그가 '리더'로서 배울만한 점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리더가 가져야 할 자질로 '조직이 원하는 결과를 내는 사명감'을 꼽았다.
 
그는 "자신이 리더라고 생각할 때 사명감을 갖고, 의무감을 갖고, 책임감을 갖고 그 자체로 자신에게 베스트를 했느냐, 자문(自問)해야 한다"며 "(리더로) 결과를 미리 생각하고 일을 하면 움직이는 것들이 없다. 하고 나니 길이 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이가 시작할 때 행동을 하면 실패, 남과 똑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실패, 남을 따라하면 실패"라면서 "내가 걸으면 길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다. 리스크가 많으나 그 방향이 가지않은 길일 경우 오히려 성공할 확률이 더욱 높다"고 조언했다.
 
44년째 감독 자리를 맡고 있는 그는 '감독'이란 자리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김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은 시합을 이겨야 한다. 그 다음에 선수를 육성해야 한다. 육성은 선수가 보유한 잠재능력을 개발시키는 쪽으로 해야 한다. 잠재능력을 30%도 발휘하지 않고 생을 마친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팔굽혀펴기를 20개 해야 하면 15~16개 이후 힘들다. 한계를 (낮게) 설정할 경우 포기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에게 한계는 있을 수 없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나는 이번 달에 19번 강의를 해야 한다. (이처럼 바쁘게 살지만)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하드하다고(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체력적·정신적) 한계에 올라가려고 하니까 남보다 넓은 세상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 프로야구의 최대 문제를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는 감독'이라고 말하며, "인생은 자기 스스로 없는 속에서, 안 되는 때 자기가 갈망하는 결과를 반드시 내야만 인생살이에서 이긴다"며 청중들에게 "어떤 악조건에도 살아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김성근 감독 "요즘 프로야구의 최대 문제점은..")
 
◇약점 노출하지 말라, 동정받는 삶을 살지 말라, 결과를 필사적으로 내놔라
 
강연 말미에 김 감독은 자신을 예로 들면서 단점·약점을 노출하지 않는 인생을 꾸리라고 젊은 청중들에게 거듭 주문했다.
 
김 감독은 "각자 인생살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자기 약점을 남에게 절대 노출하지 않는 것이다. 언젠가는 그것으로 (자신의 인생이) 잡힌다"며 "대한민국은 재벌도 일순간에 없어지는 나라다. 일개 개인은 물처럼 금방 사라진다. 자기 이야기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남에게 의존하는 것은 약한 사람"이라며 동정받는 삶을 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SK 감독 시절 일화를 꺼냈다.
 
김 감독은 "2009년에 SK가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에 KIA에게 패했다."고 당시의 한국시리즈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SK그룹) 회장께서 우리를 위로해주실려고 '이번 시합은 이긴 것과 똑같다. 이겼다면 공공의 적이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싶었다. 진 시합에 동정이나 위로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 얘기 들을 때 '모독'이라고 느꼈다. 그 분(SK그룹 회장)이 그 의도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만, 내게는 그랬다."며 "동정받고 위로받으면 뭐하나 싶다. 비참하게 '동정받는 인생살이'는 하면 안 된다. 적은 적이고 친구는 친구"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결과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또한 결과를 낼때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SK 감독 시절 일화를 말했다. 그는 "SK 감독 시절에 사장이 깨끗한 야구 하라고 했다. 존경받는 지도자라 되라 했다. 그렇지만 존경받는 지도자는 쓸모없다. 리더는 신뢰를 받아야 한다. 신뢰는 결과로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성근이 있는 방(감독실)이 제일 더럽다고 한다. 다른 사람 방은 깨끗하다 한다. (다른 사람은) 아무 일도 안 한 것"이라며 "내일 스타팅멤버가 딱히 안 떠오르면 20~30장 쓴다. 3번 중 2번은 감독실에서 일하는 중에 해가 떠오른다. 건강에 무리한다는 인식은 없다. 신장 없어진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전력투구하며 살았다'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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