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인터넷상 카페를 만들어 선거활동을 했더라도 선거법상 사조직 설립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4일 인터넷상 사조직을 만들어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심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 공간에서 선거활동을 하기 위해 카페 등을 만든 것을 공직선거법상 설립이 금지된 사조직 설립행위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대법원의 첫 판결로, 대법원은 카페의 사조직성을 엄격히 제한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결해 인터넷 상 표현의 자유 등을 폭넓게 보호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파기환송심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법원이 이같은 취지로 파기환송했기 때문에 심 의원의 의원직 유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선거활동을 목적으로 인터넷 카페 등을 개설하고 인터넷 회원 등을 모집해 일정한 모임의 틀을 갖추어 운영하는 경우 이러한 인터넷상의 활동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의 하나로서 허용되어야 한다"며 "이를 두고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카페 개설을 위해 별도로 준비 모임을 갖거나 카페 개설 후 일부 회원들이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개최했더라도, 그러한 모임이 인터넷 카페 개설 및 그 활동을 전제로 하면서 그에 수반되는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성격을 갖는 것에 그친다면 역시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특히 카페 등 인터넷상 모임이 선거법상 사조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를 넘어서서 인터넷상의 카페 활동과 구별되는 별도의 조직적인 활동으로서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해당 인터넷 카페가 당초부터 오프라인 활동까지도 주된 목적으로 하여 개설된 것인지, 오프라인 모임이 인터넷상의 카페 활동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운영되거나 실질적으로 오프라인상의 사조직으로 전환된 것인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같은 이유에서 '심사모' 또는 '심봉사사람들'이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공직선거법상 사조직의 설립 요건 및 정보통신망을 통한 선거운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심봉사사람들'의 사조직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충분히 더 심리하라"고 판시했다.
심 의원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심사모', '심봉사사람들'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회원을 모집한 뒤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카페 등을 만들어 회원을 모집한 행위 등은 조직적인 사전 선거운동으로 인정되고 공정선거에 악영향을 미친 점이 인정된다"며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같은 취지로 원심을 유지했으며, 심 의원은 이에 불복하고 즉각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사진=대법원 제공)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