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2013년 내·외부 FA 영입 현황.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류현진은 미국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한화 이글스에 포스팅비 명목으로 2573만7737달러(한화 약 278억원)라는 막대한 규모의 금액을 받도록 했다. 이는 국내 구단의 한 시즌 운영비에 버금가는 매우 큰 돈으로, 많은 사람들은 이 큰 금액으로 한화 구단이 류현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류현진이 남긴 유산은 이번 FA시즌에 드디어 빛을 발했다. 물론 홈구장 그라운드·펜스·전광판을 비롯한 시설 개선에도 활용됐지만, 많은 팬들에게 가장 눈에띄는 투자는 단연 FA의 영입이다. 한화는 하루사이 무려 178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FA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지난 5년동안 4차례의 리그 최하위로 체면을 구겼던 한화가 천문학적 금액의 FA 투자로 탈꼴찌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한화는 지난 17일 새벽에 내야수 정근우와 외야수 이용규와 계약을 마무리했다. 두 선수 다 4년 계약으로 정근우는 최대 70억원(계약금 35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 이용규와 최대 67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7억원, 옵션 7억원)에 계약서 사인을 마쳤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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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16일 늦은 저녁에는 팀내 FA 내야수 이대수·한상훈·투수 박정진과 계약했다. 이대수는 4년 최대 20억원(계약금 4억원, 연봉 3억5000만원, 옵션 2억원), 한상훈은 4년 최대 13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옵션 2억원), 투수 박정진은 2년 최대 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2억원, 옵션 1억원)이다.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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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용 감독 영입에도 아쉬웠던 이번시즌
지난시즌 한화는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를 여러차례 우승으로 이끌었던 김응용 감독을 선임하며 부활을 노렸다. '우승청부사'로 불리웠던 김응용 감독과 이대진·이종범 등 타이거즈 출신 코치들의 영입을 통해 한화는 부활할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개막전을 시작으로 연이어 13번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한 한화는 올해도 최하위로 마무리했다.
우선 투수를 보면 '10승 투수'가 단 한 명도 없다. 바티스타가 7승(7패), 이브랜드가 6승(14패)이다. 송창식이 20세이브를 기록한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구단 평균자책점도 '5.31'로서, 다른 팀과 비교해서 크게 뒤진다.
타자를 살펴도 다를 바 없다. '3할 타자'가 김태균(0.319)과 최진행(0.300)이 전부다. 이들이 3할 이상의 타율로 맹활약해도 효과는 적다. 클린업 트리오가 확실해도 밥상을 차릴 테이블 세터가 매우 빈약했기 때문이다. 김경언, 오선진, 이대수, 이학준, 한상훈 등이 돌아가며 1~번을 맡았지만 모두 시원찮은 성과를 올렸다.
결국 한화는 구단 창단년도(1986년)를 제외한 시즌 중에서 가장 저조한 3할3푼1리(42승1무85패)의 승률을 기록했다. 심지어 올해 1군을 처음 경험한 NC다이노스와의 승차도 크게 나면서(11.5게임) 김응용 감독의 명성에도 금이 갔다.
◇이젠 달라졌다..기존 중심타선에 강력한 테이블세터진 가세
한화는 NC와 함께 이번 FA의 승자로 손꼽힌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빼어난 선수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한화는 KIA와 SK에게 내줘도 아까울 보상선수도 별로 없다.
우선 좋은 테이블 세터진을 얻게 됐다.
정근우와 이용규의 출루율은 0.368과 0.375로 리그 평균을 크게 웃돈다. 팀의 중심타선이 먹을 밥상을 제대로 풍성하게 차려준 것이다.
또한 이들은 도루 능력도 탁월하다. 일단 출루하면 언제 뛸지 모른다. 이는 투수와 포수는 물론 상대 수비진을 모두 긴장하게 한다. 국가대표 테이블 세터로서 이들이 중용된 이유다.
결국 한화는 이번 영입을 통해 정근우(右)-이용규(左) 테이블 세터에 김태균(右)-최진행(右)-김태완(右)이 이어진 강력한 상위타선 확보에 성공했다.
이제 한화 타선에서 보강할 것은 우타 일색인 중심타선에 좋은 왼손 타자를 영입하는 일이다.
◇수비력도 획기적으로 향상
정근우와 이용규는 수비도 탁월하다. 이들의 포지션은 한화의 '취약점'으로 꼽히던 센터라인(2루수 정근우, 중견수 이용규)이다.
정근우는 '악마 2루수'로 불릴 정도로 투지가 강한 선수로, SK에서 유격수 나주환-박진만-최윤석 등과 키스톤 콤비로 호흡을 맞추며 왠만한 공을 잡아내고 빠른 송구로 실점을 막았다. 정근우는 이학준과 조정원, 한상훈 등이 번갈아 맡았던 2루수 자리에 안정감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한화의 중견수는 그동안 고동진, 김경헌, 정현석 등이 번갈아가며 맡았지만 여러모로 신통찮았다. 이용규의 영입을 통해 한화는 그동안의 중견수 포지션 고민을 해결하고 동시에 외야진 안정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영입으로 유망주 성장을 위한 좋은 발판도 마련하게 됐다. 한화의 선수층이 얇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이 급하게 실전에 투입돼 자신감을 잃는 악순환을 탈피해 시간을 두고 기본기를 쌓을 수 있는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2014시즌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크게 오른 몸값이 선수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릴 확률도 있다.
하지만 한화는 필요한 선수의 영입에 정성을 다했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계약서에 사인을 받아냈다. 더군다나 내부 FA까지 적정한 가격으로 모두 잡으며 선수단과 팬들에게 신뢰감을 줬다. 한화가 이번 FA 시장 승자로 불리우는 원인이다.
내·외부 FA 영입 비용 총 178억원(최대). 어마어마한 투자로 전력의 보강에 성공한 한화의 배팅이 2014시즌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더불어 엄청난 액수의 돈을 움켜쥔 정근우와 이용규가 한화를 어떤 형태로 바꾸게 될지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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