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란 수출길 열린다..글로벌 경제 효과는?
2013-11-25 16:44:36 2013-11-25 17:56:4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글로벌 기업들이 중동 최대의 소비 시장인 이란에 수출 물꼬를 틀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방과 이란의 핵 협상이 10년 만에 타결되면서 이란 경제를 옥죄고 있던 각종 경제 규제가 일부 풀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번 협상을 경제 회복의 발판으로 삼는 가운데 자동차, 정유, 항공기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의 활동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번 합의가 향후 6개월간의 이행 사항만을 담은 임시 조치인데다 우라늄 농축을 전면 금지하지도 않았다는 점에서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P5+1 · 이란 핵협상 '타결'..막혔던 이란 경제 숨통 터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제네바에서 미국 등 6대 주요국과 이란이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에 전격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안보리 5대 상임 이사국인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영국, 독일과 이란이 협상에 돌입한 지 닷새째 되는 날 드디어 합의점을 찾은 것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이에 따른 서방의 제재 움직임은 지난 10년 동안 이어졌으나, 협상은 번번히 좌절됐다.  
 
이번 합의 내용을 보면 이란은 5% 이상의 우라늄 농축 개발을 중단하고 그전에 제작된 20% 농축 우라늄의 농도를 낮추기로 약속했다.
 
핵무기에 사용되는 90% 농축 우라늄 개발을 막는다는 서방의 취지에 따라 20% 이상의 고농축 생산권을 포기하는 대신 원전용 저농축 우라늄 활동을 인정받은 것이다.
 
더불어 이란은 핵무기의 또 다른 원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아라크 중수로 또한 가동하지 않기로 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나탄즈와 포르도의 지하 농축 시설을 상시 사찰하는 것을 허용했다.
 
합의안에 따라 이란이 향후 6개월간 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고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서방의 제재를 잘 이행하기만 하면 남아있는 경제 제재 또한 해제될 예정이다.
 
◇P5+1 · 이란 핵협상 테이블 장면 (사진=로이터통신)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혹이 불거진 지난 10년 동안 끈질기게 사찰을 거부하다가 최근 들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바로 민생문제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자국의 핵시설을 관리·감찰할 권한을 국제사회에 일부 이양한 이유로 경제적인 실익을 꼽았다.
 
핵무기 개발 의혹 탓에 유엔과 미국, 유럽국들의 경제 제재를 받으면서 주요 산업이 위축되고 실업률과 물가가 올라가면서 서민의 생활고가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방의 제재로 이란은 외환 수입의 80%나 차지하는 석유 산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조사에 따르면 이란이 경제제재 탓에 원유 생산을 줄이면서 OPEC에 가입한 원유생산국 순위에서 지난해 4위로 떨어졌다. 2011년에는 2위였다.
 
CNN은 이처럼 주요 산업의 생산력이 외부 요인에 의해 줄어들자 이란의 실업률이 현재 24%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의 물가상승률이 올 들어 매월 32% 안팎으로 발표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60%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통화가치 하락도 꾸존히 문제로 지적됐다. 경제 여건이 악화되자 통화가치가 하락세를 이어간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이란통화인 리알화는 미 달러화 대비 50%나 하락했다. 통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물품 가격이 올라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제 제재 완화, 이란과 글로벌 기업에 호재..자동차·정유·항공기
 
이번 협상으로 이란이 얻은 것은 막혔던 돈 줄이다.
 
이란은 42억달러에 달하는 원유 수출 대금을 회수하게 됐고 19억달러 규모의 석유화학제품과 차량 부품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도합하면 앞으로 6개월 동안 무려 61억달러의 자금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특히, 석유화학 분야에 대한 제재가 풀린 것이 이란 경제 회복에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틸렌 같은 제품을 서부 지역에 판매하기 시작하면 매출이 증가하면서 일자리 또한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란 아구스 드위트 석유화학 통계 기관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 기업들은 납품할 수 있는 거래국가가 제한돼 있어 총 에틸렌 생산능력의 54%만 발휘했다. 지난 2011년의 69%에서 하락한 수준이다.
 
더불어 금을 비롯한 귀금속 거래도 할 수 있게 돼 다양한 상품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생겼고 자동차를 비롯한 제조업에도 숨통이 트였다.
 
유럽 제재안이 발동 되기 전 이란은 한해 1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중동 최대의 자동차 조립국 중 하나로 손꼽혔다.
 
이란 정부는 “협상 타결이 경제 재제 완화로 이어질 경우 중단된 자동차와 철강 제품의 수출이 올 하반기부터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최대 자동차 업계 이사는 이번 핵협상 타결로 산업문제의 30% 가량이 해결되리라 전망했다. 백악관은 경제 제재해제 효과가 60~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 핵협상은 이란 경제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에도 호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란에 자동차, 항공기, 정유 산업에 대한 수요가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 완성 제품이 아닌 외국산 부품 수요도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해외 기업 중 비교적 이란에 대한 금수 조치를 늦게 시작한 유럽기업들이 열린 이란 시장에 재진입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정유 회사 토탈 SA는 "이란과 국제사회의 관계가 정상화됐다는 좋은 소식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경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란과의 추진하려 했던 대규모 천연가스 프로젝트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
 
자동차 회사 르노 또한 이란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르노 대변인은 "우리는 이번 결정을 환영한다"며 "자동차 분야의 제재가 거치고 활동이 재개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란 내 비행기 수요 또한 적지 않다. 이란은 이미 보잉과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150대의 제트 여객기를 구매한 바 있다.
 
WSJ는 이란 제재가 완화된 것을 계기로 서부 기업들이 이 지역에 대한 활동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가도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이란 핵협상 타결 소식에 브렌트유 1월 인도분은 전일보다 2.23% 내린 108.57달러에 거래됐다. 
    
◇한시적인 협상안..향후 관전 포인트는? 
 
일각에서는 이번 협상이 우라늄 농축 금지나 원심분리기 해체 등 근본적인 해결책을 담지 못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더구나 단 6개월만 국제사회의 감시를 용인한 한시적인 협상안이라 그 이후 이란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도 미지수라는 평가다.
 
영국 가디언은 이란이 6개월 이후에도 국제사회의 평화 프로젝트에 따라 핵 개발에 나서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합의가 어디까지나 잠정합의이기 때문에 6개월 동안 영구적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이란 핵문제를 매듭지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란이 합의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할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이란이 합의 내용을 어기고 우라늄 농축 활동을 지속한다면 이란 핵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이란 정권이 역사적으로 불명확한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최종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정성 있게 행동해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미국 의회는 이란 핵 협상이 약속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강력한 경제 제재를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시적 제재 완화 이후 세계 기업들이 이란과의 거래를 이미 확보해 놓은 상황이라면, 제재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가 대다수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합의에 대해 "역사적인 실책"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세계는 더 큰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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