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Trans-Pacific Partnership)이 올해안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서두를 일이 아니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미국과 일본과 호주 등 12개 TPP 협상국은 지난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회의에서 많은 핵심 현안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 내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Significant progress)"고 밝혔다.
USTR은 "교섭대표들과 협상단은 최근 몇 달간 상품과 서비스, 투자, 금융, 정부조달 등에 관한 모든 협정문과 부속서에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며 "다음 회의 때 다룰 현안의 수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미국 파이낸셜타임즈 등 외신은 12월에 있을 싱가포르 회의에서 TPP가 최종 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국과 함께 TPP를 이끄는 일본은 이날 쌀 생산 조정정책을 2018년까지 없애기로 해 TPP 타결에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TPP 타결 임박 소식이 전해지자 우리 정부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동안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 등은 TPP 협상이 내년 이후에 타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참여시기를 조율하며 대응전략을 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내 TPP 타결이 예상되면서 우리나라가 우물쭈물하다가 TPP 출범 멤버로 들어갈 기회를 놓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27일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보듯 협정이 타결돼도 정식으로 발효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며 "TPP 협상이 올해 안으로 타결될 것 같다고 해서 정부가 특별히 서두를 것은 없다"고 말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가지역과 세계GDP에서 차지하는 경제규모(사진=한국경제연구원)
무려 12개국이 참가하는 다자무역의 특성상 TPP 타결 후 농산물 등 민감품목을 개방하는 문제 등을 놓고 서로 논의할 사항이 많기 때문에 정식 발효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각국의 추가 협상안을 보고 우리의 참여시기를 정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USTR의 보도자료만 믿고 TPP 진행상황을 성급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통상정책 특성상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해서는 의회 승인이 필요한 데 아직 미국 의회에서 TPP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자는 분위기가 없어서다.
한홍렬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제통상과 관련 미국은 의회가 행정부에 협상권을 위임하는데 TPP 문제가 아직 의회를 통과하지 않았고 민주당 내에도 TPP 부정론과 유보론이 있다"며 "이런 동향을 보면 협상 진행과 타결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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