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SBR 개발팀, 올해 5개의 제품을 만드느라 고생했어요. 내년에는 영업에서 열심히 해야겠네요. 영업팀 자신 있죠?"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던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 박찬구 회장(사진)이 자리한 가운데 올 한해 연구소의 성과를 되짚는 연구실적보고회가 열렸다.
팀별 발제를 듣고 꼼꼼히 메모를 하던 박 회장이 특유의 나즈막한 목소리로 강평을 이어갔다.
금호석유화학 연구실적보고회는 중앙연구소(대전)와 전자소재연구소(아산) 전 연구원이 참석한 가운데 매해 11월말 진행된다. 박 회장을 비롯해 김성채 대표이사(사장), 본부장급 임원이 참석해 각 팀별로 올해 종료된 사업 중 성과 중심으로 보고가 이뤄진다.
박 회장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종일 진행된 연구실적보고회에서 각 팀의 성과보고를 일일이 메모해 가며 강평했다. 특히 올해 실적보고회는 여느 때보다 바짝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했다는 후문이다. 경기 침체에 실적은 자연스레 악화됐다.
무엇보다 금호석유화학 전체 매출의 62%(2012년 기준)를 담당하는 합성고무 사업이 업황 침체에 발목 잡히면서 올 3분기에는 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2007년 이후 올해 처음으로 분기별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유례없는 부진이다.
박 회장은 달랐다. 실적 부진을 채찍질하기보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집중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분야는 친환경 타이어의 원료가 되는 솔루션 스타이렌 부타디엔고무(SSBR). 올해는 4세대 SSBR을 상업 생산한 원년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4세대 SSBR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금호석유화학과 일본 JSR과 아사히 등 전 세계에서 단 3곳 뿐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SSBR 분야에서 5개 등급을 론칭하는 등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를 자랑하며 전사적인 공감을 얻었다.
이 같은 성과는 대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경영위기 속에서도 그룹 차원에서 연구개발에 힘을 실어줬기에 가능했다는 평가. 박 회장은 평소 "우리의 희망은 연구소"라고 강조하며 시장을 선도할 기술 개발을 강조해 왔다. 박 회장은 이날 역시 "내일은 연구소가 있어서 더 희망적"이라는 메시지를 연구원들에게 전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은 독립경영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새로운 비전인 '비전 2020(Vision 2020)'을 발표하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핵심은 기술 혁신.
계열사와 함께 2020년까지 그룹 매출 20조, 세계 일등제품 20개를 창출해 글로벌 리딩화학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 비전 2020을 통해 지난해 매출액 8조원, 총 7개의 세계 일등제품 보유의 성과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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