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의 불똥이 결국 청와대까지 튀면서 '배후설'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연결고리가 된 '국정원 배후설'을 넘어 '청와대 배후설' 의혹까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채동욱 혼외자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장영수)는 지난달 28일 조이제 서울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을 소환 조사하면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조 모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받아냈다. 조 국장은 혼외자로 지목된 채모군의 가족관계 등록부를 불법 조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지난 6월11일 조 행정관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채군의 개인정보 조회를 요청해 그에 응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는 즉각 진상조사에 들어갔고 조 행정관은 "조 국장이 왜 나에게 이러는지를 모르겠다"면서 조 국장의 진술을 전면 부인했다.
◇조 국장 "6월11일 조 행정관과 4차례 문자 주고받아"
그러자 조 국장은 "말이 안 된다"며 곧바로 일축했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월11일(하루에만) 모두 4차례 문자를 주고받은 내역이 나온다"며 "당일 조 행정관이 채군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 본적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조 국장은 이틀 뒤인 13일에도 조 행정관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일이 끝난 뒤 조 행정관이 '고맙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고 '언제 식사나 한번 하자'는 취지로 대답했다"며 둘 사이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세부적으로 밝혔다.
조 행정관이 극구 부인하고 있으나 조 국장이 밝힌 문자메시지 내역은 검찰이 이미 확보를 하고 있었다. 조 국장도 처음에는 사실을 부인했지만 검찰이 두 사람 사이의 통화내역을 제시하자 이 같은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첨예하게 진실공방을 벌이고 있어 검찰로서는 조 행정관에 대한 소환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채 전 총장 사태'는 검찰 위기의 시발점이 된 사건으로, 김진태 검찰총장이 오랜 진통 끝에 취임한 만큼 김 총장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속한 마무리를 수사팀에 독려할 것으로 보인다. 조 행정관의 소환조사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조 국장과 조 행정관이 서울시청에서 같이 근무했지만 직접적인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연결고리는 역시 원 전 원장이다.
조 국장은 서울시청 근무 중 원 전 원장의 눈에 띄어 원 전 원장이 2008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취임하자 행정비서관으로 따라갔다. 원 전 원장이 국정원장에 취임했을 때 역시 파견형태로 국정원에서 근무했다. 이후 원 전 원장이 퇴임하면서 서초구청으로 발령받았다.
◇조 행정관도 서울시청 출신..원세훈과 같이 근무
조 행정관 역시 서울시청 공무원 출신으로 청계천 복원사업 담당 팀장 등을 역임하면서 원 전 원장과 같은 시기에 서울시청에서 근무했다.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발탁돼 청와대에서 처음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아직까지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조 국장과 조 행정관이 채군에 관해 문자를 주고받은 시기 역시 원 전 원장과 연결된다. 최초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6월11일은 원 전 원장의 구속기소 및 선거법위반 적용을 두고 검찰과 법무부가 진통을 겪고 있었고, 13일은 검찰이 원 전 원장을 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고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한 날이다.
그간 사건의 연결고리가 원 전 원장이었던 이유로 이전까지는 '국정원 배후설'에 무게중심이 실렸다. 채군의 개인정보를 불법유출한 조 국장도 국정원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러나 조 국장은 "국정원측 요청은 아니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그러면서 조 국장은 언론에 검찰진술 사항과 조 행정관의 존재를 밝힌 이유에 대해 "내 선에서 마무리되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채 전 총장 사태'와 관련해 사건 당사자가 '실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국장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 '실체'는 조 행정관이 소속된 청와대 쪽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정원 연계설을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실체'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채 전 총장과 원 전 원장, 국정원의 연결고리는 끊긴 셈이다.
'채 전 총장 사태'가 불거진 직후 일각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수사로 정권 탄생의 정당성을 위협받는 것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 쪽이 움직인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와대 "'혼외자' 의혹, 보도 보고서야 알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채 전 총장의 '혼외자' 의혹을 보도가 난 뒤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9월16일 "보도 전 채 전 총장에 관한 의혹을 알고 있지 않았으며 보도 직후 민정수석실이 규정에 근거해 특별감찰을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혼외자' 의혹이 최초 보도가 된 때는 9월6일, 조 행정관이 조 국장을 통해 채군의 정보를 조회한 날은 약 석달 전인 6월11일이다.
물론 조 행정관이 청와대 아닌 다른 '실체'의 지시로 채군의 개인정보를 조회했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 국장이 연결고리를 끊어버린 국정원측에서 조 행정관을 통해 의뢰를 했을 가능성도 있다.
조 행정관 본인이 정보조회 요청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모자격인 조 국장은 '실체'를 거론하며 검찰 수사는 또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곧 있을 조 행정관에 대한 소환조사는 현 정부 들어 첫 현직 행정관에 대한 검찰조사라는 것 외에도 이른바 '채동욱 찍어내기'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 9월30일 퇴임식 후 검찰 간부들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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