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가 2035년까지 발전용량의 15% 이상을 '분산형 전원'으로 공급할 방침인 가운데 실현 가능성과 활성화 방안을 놓고 관심이 쏠린다.
분산형 전원은 전력 수요가 많은 곳에 발전소를 짓고 전력을 공급하는 것. 발전설비는 지방에 둔 채 수도권 위주로 전력을 공급하던 공급형 전력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꾼 것이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민간 발전사 난립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중 수립·발표할 예정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분산형 발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현재 발전용량의 5%에 불과한 분산형 전원 비중을 오는 2035년까지 15%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내년에 확정할 분산형 전원 활성화 계획과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전력다소비 업체와 산업단지의 자가발전 설치 ▲에너지 가격·세제·보조금 개편을 통한 집단에너지 확대 ▲가정과 마을, 학교 등에 분산형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력공급을 위해 설치된 송전탑(사진=한국전력)
정부가 이처럼 분산형 전원을 확대하는 것은 공급형 전력정책만으로는 전력수요 예측실패와 발전소 고장, 전력망 포화 등에 대처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 또 원자력발전소와 송전탑 설치를 두고 정부와 지역간 갈등이 계속되자 차라리 전기를 많이 쓰는 곳에 발전소와 송전탑 등을 짓자는 사회적 여론까지 의식한 모양새다.
특히 지역에 열병합발전소를 지어 전력과 난방열을 자급하자는 집단에너지 사업이 분산형 전원의 하나로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최근 에너지관리공단은 조직을 개편하고 수요관리정책실과 집단에너지실을 신설, 집단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분산형 전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도 나온다. 우선 발전설비를 갖추는데 들어가는 비용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는 발전업 특성상 소규모 지역에만 전력을 공급하면 시간이 갈수록 발전사의 적자만 쌓인다는 것.
열병합발전소만 해도 액화천연가스(LNG) 단가에 비해 요금은 낮게 책정돼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한국
지역난방공사(071320)와 GS파워를 빼면 나머지는 적자다. 정부가 분산형 전원 보급을 위해 에너지 가격과 세제, 보조금 체계를 개편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연구소 관계자는 "보통 10만㎾의 소규모 발전에 의존하는 집단에너지 발전사는 지속적인 수익성 확보가 중요한데 수도권을 빼면 이를 보장해줄 전력수요가 많지 않다"며 "가격과 세제개편 등을 통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동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역시 "분산형 전원이 떠오르지만 자체적인 경제성이 없어 보급과 확산에 한계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대량 전력소비 사회를 뒷받침하고 어떻게 경제성을 확보할지 해결방안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분산형 전원 보급에 따라 전력시장이 민간 발전사 위주로 재편될 우려도 있다.
한국전력(015760)과 한국수력원자력 등 대용량 발전설비를 갖춘 발전사 대신 소규모 발전설비를 보유한 민간 발전사들이 경쟁력을 가지면 전력시장에서 민간 업체의 힘이 커지고 전력정책의 공공성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전국전력노동조합 관계자는 "전력정책은 최저 요금으로 최대 다수에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므로 전력사업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며 "분산형 전원으로 민간 발전사가 난립하면 단순히 전기를 파는데 급급해지고 중복·과잉 투자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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