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내년도 프로야구 리그를 누빌 외국인 선수들의 윤곽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예년에 비해 수준이 높아진 선수 면면이 돋보인다.
18일 현재 국내 9개 구단 영입 확정 외국인 선수는 18명에 달한다. 전체 9개 구단 영입가능 선수의 수인 28명과 비교하면 64.2%의 계약률을 나타낸다. 3명 중 2명 정도의 영입이 확정된 것이다.
벌써 구단별 외국인 선수 최대인원(3명, NC는 4명)을 채운 구단도 있다. 넥센, 롯데, NC로 각각 2명의 선수를 재계약하고 타자 1명(NC는 타자·투수 각 1명)을 충원했다.
영입이 확정된 개별 선수의 프로필을 보면 미국 메이저리그(MLB) 출전 경험이 있는 선수가 많다. MLB 통산 104홈런 출신 거포인 호르헤 칸투(29·두산)가 가장 대표적인 예다.
◇'두산 영입' 호르헤 칸투, MLB 통산 104홈런
이번 외국인 선수 영입 시즌에 가장 화제를 모은 외국인 선수는 타자 중에서 먼저 도장을 찍은 두산의 호르헤 칸투다. 칸투는 두산과 총액 30만달러(계약금 5만달러, 연봉 25만달러)에 계약을 맺었다.
1998년 탬파베이에 입단하면서 프로선수 생활을 시작한 칸투는 지난 2004년 MLB에 데뷔한 이래 MLB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MLB에서 통산 8시즌 동안 104홈런을 쳐낸 칸투는 특히 2005년 28홈런, 2008년 29홈런을 기록하며 인상깊은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마지막으로 MLB에 올라오지 못했다. 올해는 멕시칸리그에서 뛰었다. 올해 그의 성적은 '31홈런 71타점, 타율 2할7푼'이다. 다만 멕시칸리그가 올해 타고투저(打高投低) 현상이 심했다는 사실은 감안해야 한다.
두산은 이번 영입에 대해 "이번 영입으로 한층 강화된 타선과 안정된 내야진을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과거 타이론 우즈를 통해 큰 효과를 봤던 두산이 내년 칸투로 재미를 볼지 주목된다.
◇'올해 메이저리그 선수' 로스 울프, SK 유니폼 입다
올해 배영수와 함께 14승을 거두며 공동 '다승왕'에 꼽힌 크리스 세든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빼앗기며 많은 우려를 낳던 SK는 올해 MLB에서 뛰던 로스 울프(31)를 영입해 세든의 공백을 메웠다.
울프는 올해 텍사스 레인저스 소속으로 모두 2경기에 나서 '1승 3패, 평균자책점 4.15'를 기록했다. MLB에서의 통산 성적은 '1승 4패, 평균자책점 5.45',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은 '50승 35패 29세이브, 평균자책점 3.56'이다.
그동안 한국에 온 외국인 선수는 MLB 경험이 있어도 수년 전인 경우가 많았다. 반면 울프는 올시즌 MLB에서 뛰었다. 비록 빼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이제까지 영입된 외국인 선수 대비 기량이 좋다.
SK는 이번 영입에 대해 "우완 정통파 투수로서 최고 구속 148㎞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하며 제구력이 안정된 투수"라면서 "기존 조조 레이예스와 함께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외야는 물론 포수-투수도 가능' 넥센의 비니 로티노
밴 헤켄과 브랜든 나이트와의 재계약에 성공한 넥센은 타자로 중장거리 타자인 비니 로티노(33)를 영입했다. 박병호와 강정호를 비롯해 팀에 거포가 많은 상황이 고려됐다.
로티노는 올해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소속으로 37경기에 출전해 '4홈런 8타점, 타율 2할6리'의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2군 52경기에서는 '7홈런 33타점, 타율 3할5푼6리'를 기록했다. 외국인 타자의 타율로 빼어난 타율은 아니다. 만약 거포를 원했다면 실패한 영입으로 불릴만 하다.
다만 로티노는 컨택 능력이 좋은데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수비력이 빼어나다.
로티노는 외야 모든 포지션을 소화 가능한데다 포수, 1루수, 3루수 활용도 가능한 선수다. 이 모든 포지션을 MLB에서 활약하던 당시(포수 3경기, 1루수 8경기, 3루수 5경기, 좌익수 22경기, 우익수 4경기) 경험했다. 심지어 2004년 밀워키 산하의 싱글A 시절에는 투수로서 출전했던 적도 있다.
로티노 영입으로 넥센은 1군 엔트리 운영에 여유가 생겼다. 일단 '외야수'로 그를 분류했지만 필요할 경우 다른 위치에 배치할 수도 있다. 넥센의 입장에서 적합한 영입이다.
◇'이적료 주며 데려온' NC의 외국인 타자 테임즈
찰리 쉬렉과 에릭 해커를 통해 든든한 선발진을 구축한 NC는 투수 태드 웨버(29)와 타자 에릭 테임즈(27)를 영입해 2년차 팀으로 비상을 꿈꾼다.
웨버는 올해 토론토 블루제이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에서 134.1이닝을 소화하며 '12승 6패 평균자책점 2.95'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09년에는 더블A에서 4사구 1개와 10탈삼진을 곁들인 노히트노런을 이룬 기록도 있다. 마이너리그 통산 기록은 '142경기 출전(825.2이닝 투구), 48승 52패, 평균자책점 3.86'이다.
웨버도 좋지만 테임즈는 더욱 기대가 크다. 비록 올해는 마이너리그 팀에서만 활약했지만 아직도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지 않은 젊은 나이에 올시즌 토론토의 40인 현역 로스터에 포함됐던 선수이기 때문이다.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의 이적에는 이적료가 발생한다. NC가 이적료를 지불해야 하는 선수를 영입하면서까지 전력의 보강을 꾀한 것이다.
테임즈는 통산 타율이 비록 2할5푼에 그쳤지만 21개의 홈런을 치며 62타점을 얻는 장타형 타자다. 빠른 배트스피드를 통해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를 상대로도 홈런을 곧잘 때린다. 지표 상으로도 국내 경험이 있는 선수 중에서 높은 순위에 포함될 선수인데다, 타선의 파워 보강을 꾀한 NC로서는 더할나위 없이 긍정적인 선택이다.
배석현 NC 단장은 "테임즈는 선구안이 좋으며 필드 전체를 활용하는 중장거리 타자로 타선의 무게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NC 구단은 물론 많은 팬들도 내년 테임즈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2014년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외국인 선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