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국내 수입차 시장점유율 1위는 BMW다. 하지만 올 한해 마감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막판 뒷심을 보이는 제조사는 폭스바겐과 포드, 랜드로버다. 특히 폭스바겐의 질주가 눈에 띈다.
올해 수입차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폭스바겐의 누적(1~11월) 시장점유율은 16.8%다. 21.4%인 BMW와 비교하면 4.6%포인트 차로, 아직 시장 1위를 넘볼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1월)로 나눠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올 상반기 폭스바겐의 시장점유율은 14.6%로, 22.5%인 BMW와의 격차는 7.9%포인트다. 반면 하반기 들어 시장점유율을 19.2%로 급격히 끌어올리며 20.2%로 내려앉은 BMW를 1%포인트 차로 압박하고 있다.
경쟁사들과의 점유율 흐름와 비교하면 폭스바겐의 상승세는 더 두드러진다. 하반기 폭스바겐이 상반기 대비 4.6%포인트 점유율을 높인 데 반해 BMW는 2.3%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는 0.3%(15.7%→16.0%) 상승하는데 그쳐 폭스바겐에 추월당했다.
◇폭스바겐과 BMW, 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1월), 누적(1~11월) 점유율 비교.(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가장 잘 판매된 차를 꼽는 베스트셀링카 순위만 봐도 변화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6월 베스트셀링카 순위에서 BWM는 1위(520d)와 3위(320d)를 차지했다. 폭스바겐 '골프 2.0 TDI'는 5위로, 폭스바겐 모델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시간을 앞당겨, 지난달 베스트셀링카를 보면 폭스바겐은 1위(티구안 2.0 TDI 블루모션)와 2위(파사트 2.0 TDI), 6위(골프 2.0 TDI), 10위(제타 2.0 TDI) 등을 차지하며 최근 강세를 과시했다. 무려 상위 10위권 내에 4개의 모델을 진입시켰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최근 실용성 있는 모델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3000만원 전후의 경제성 높은 폭스바겐 차량을 찾고 있다"며 "당분간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최근의 상승세도 유지될 것으로 기대하한다"고 말했다.
포드의 상승세도 매섭다. 상반기 4.4%의 시장점유율로 토요타(5.8%)에 뒤지던 포드는 하반기 점유율을 4.8%까지 끌어올리며 토요타(3.7%)를 앞질렀다. 포드(누적 4.6%)는 이 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누적 판매에서도 토요타(누적 4.8%)를 턱 밑까지 쫓아왔다.
포드는 월별 판매기록으로 역대 최고기록을 올해에만 네 차례 경신했다. 포드의 이 같은 상승세는 '익스플로러'와 '토러스' 등 전통적 스테디셀러의 꾸준함과 지난 5월 출시돼 인기몰이를 한 '올 뉴 링컨 MKZ'이 이끌었다.
아울러 토요타의 부진도 포드의 상승세를 한층 더 부각시킨 요인이 됐다. 상반기 점유율 5위에 랭크됐던 토요타는 하반기 들어 7위까지 밀려났다. 포드는 물론 미니(MINI)에게도 밀린 상황. 업계는 토요타 부진의 원인으로 가격 경쟁력 하락과 신차 부족을 꼽고 있다.
토요타의 가격 경쟁력 하락은 지난 7월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유럽차의 수입 관세가 인하돼 가격 경쟁력이 늘어난 데 대한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신차가 대거 쏟아졌던 지난해에 비해 올 들어 상대적으로 신차가 적어 효과를 보지 못한 점도 부진에 한몫했다.
◇포드와 토요타의 올해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1월), 누적(1~11월) 점유율 비교.(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랜드로버도 하반기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닛산을 추월했다. 상반기 1.83%였던 랜드로버의 시장점유율은 하반기 2.02%까지 상승했다. 반면 닛산은 같은 기간 1.88%에서 1.97%로 0.09%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랜드로버의 하반기 추격전으로 지난달까지 연간 누적 판매량에서 랜드로버가 2771대로 닛산(2770대)을 따라잡았다.
랜드로버 관계자는 "독일차 브랜드가 대중화됐지만 희소성 있는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랜드로버 차량이 갖고 있는 고급 SUV라는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해 수입차 판매량은 총 14만4092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판매량(13만858대)을 이미 넘어선 것은 물론 올 목표치였던 15만대도 가뿐히 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에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내년 수입차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약 10% 상향한 17만4000대로 고쳐 잡았다.
◇랜드로버와 닛산의 올해 상반기(1~6월)와 하반기(7~11월), 누적(1~11월) 점유율 비교.(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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