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년 동안 취임 말고는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다. 대선 전 내걸었던 핵심 공약들을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선점했던 화두 경제민주화는 경제활성화가 먼저라는 미명 하에 사실상 폐기됐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은 졸지에 경제민주화에서 토사구팽의 상징으로 전락했고, 탈당을 예고한 상태다.
또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매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던 기초연금 역시 큰 폭으로 후퇴, 경제민주화와 다를 바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공약 파기는 약과에 불과해 보인다. 박 대통령이 1년 내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말만 반복해 국론이 '안녕한' 이들과 '안녕치 못한' 이들로 쪼개지는 걸 방치했다.
국제적 망신을 산 '윤창중 성추문' 때도 하지 않았던 사과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당하게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를 약속해 조기에 문제를 털고 가는 정치력을 발휘할 순 없었는지 아쉽다.
박 대통령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동안 국면은 점입가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정치권은 굴러가고는 있지만 특검 도입 시한폭탄이 언제 터져 국회가 파행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회적으로는 5대 종단이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며 대선 불복 움직임이 커져가는 분위기다. '안녕치 못한' 청춘들과 '안녕한' 일베들이 대자보 사수 전쟁을 펼치는 웃지 못할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박 대통령이 1년간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반으로 쪼개진 50% 대한민국이 되고만 셈이다.
이쯤되니 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4년도 아무 일 안 할 작정인지 궁금해진다. 혹시 박 대통령은 노자가 창시한 도가사상의 '무위(無爲)'정치를 실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 대통령은 애초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즉위'하는 일만 할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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