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70만원' 노래방 화재..건물 피해 '전부책임' 가혹
대법 "전기배선 발화 건물주 일부 잘못..생계 타격 등 고려해야"
2013-12-22 09:00:00 2013-12-22 09: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노래연습장 화재로 건물이 불탄 사고에서 발화점인 전기배선이 건물주의 허가로 설치됐고, 소방점 검시 문제가 없었더라도 노래방주인은 화재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다만, 발화경위와 손해가 확대 된 배경을 따져봤을 때 노래방주인에게 모든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1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건물주 윤모씨(47) 등이 "노래연습장 관리소홀로 화재가 발생해 피해를 입었다"며 노래연습장 임차인인 정모씨(59·여)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배상책임 비율을 다시 산정하라"며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운영하는 노래연습장의 전기배선에 대한 지배관리자는 피고인이므로 전기배선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상 피고가 그 피해를 배상할 책임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화재가 난 건물은 사용승인으로부터 22년 넘게 경과한 노화된 건물인 점, 전기배선은 원고의 허락을 받아 피고의 전 임차인이 설치한 것이고 피고는 아무런 변경 없이 그대로 인수한 점, 화재 하루 전 소방점검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춰 피고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노래연습장 시설과 규모, 임대차보증금과 월차임 액수 등을 고려해볼 때 피고는 영세한 상인으로 보인다"며 "화재로 인해 노래방 시설이 전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들에 대한 손해배상까지 부담하게 됨으로써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정이 있음에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함이 없이 화재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손해액 전부의 지급을 명한 원심은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윤씨로부터 지하층을 보증금 1500만원 월 임료 70만원에 임차해 노래연습장을 운영해왔는데 2011년 7월 화재가 발생해 건물 일부가 타고 노래연습장과 가까이 있던 박모씨가 운영하는 교복점까지 불에 탔다. 윤씨와 박씨는 관리소홀로 화재가 발생했다며 정씨를 상대로 피해액 총 6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발화점인 전기배선은 정씨가 임차하기 전 이미 윤씨의 허락을 받아 전 노래연습장 주인이 설치한 것으로 정씨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노래연습장의 전기배선에 대한 지배관리자는 정씨이고 그로 인한 화재발생 책임은 정씨에게 있다"며 실제 피해액 5600여만원을 모두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에 정씨가 상고했다.
 
◇눈 내린 대법원 전경(사진=대법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