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허울뿐인 P-CBO 중소선사에겐 그림의 떡"
2013-12-24 17:40:23 2013-12-24 17:44:2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에서 해운업을 지원한다며 P-CBO를 도입했지만 신청조건이 워낙 까다로워 웬만한 중소선사들은 신청조차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7월 해운, 조선, 건설 등 취약업종 지원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여전히 중소선사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해운업계의 특성과 열악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신청요건 탓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중소선사들은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요건을 대폭 완화해 취약업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당초 취지를 살리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4일 한국선주협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도입된 P-CBO는 올해 4차례에 걸쳐 총 1조3200여억원이 발행됐다.
 
이중 해운업계가 지원받은 금액은 1700억원 규모로 전체의 12.8%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현대상선이 회사채 신속인수제에 참여해 지원받은 1100여억원을 제외하면 600억원 남짓한 금액이다.
 
한진해운, 현대상선, STX팬오션, 대한해운 등 대형 선사들은 물론 수면으로 떠오르지 못한 중견·중소선사의 자금난을 감안하면 턱 없이 적은 액수다.
 
현대상선을 제외하고 P-CBO 지원을 받은 해운사는 흥아해운, 천경해운, 장금상선, 우현쉬핑, 동방, 도리코, 대보인터내셔날 등 7곳으로 도리코와 우현쉬핑 정도를 제외하면 그나마 경영실적이 좋은 중견선사들이다.
 
이는 당초 해운업계의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지원으로, 업계에서는 신용보증기금이 과도한 신청요건을 설정해 지원이 절실한 중소선사들이 소외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신용보증기금이 요구하는 P-CBO 지원조건은 ▲부채비율 650% 이하 ▲이자보상배율 1이상 ▲총 차입금이 매출액을 초과하지 않을 것 ▲중소기업 K12 등급 이상, 중견선사 BB-이상의 신용등급 등이다.
 
이중 부채비율 650% 이하와 총 차입금이 매출액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 중소선사로서는 가장 충족하기 힘든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P-CBO 1차 신청 때는 30여개가 넘는 해운사가 신청했지만 27개 기업이 자격요건 미달 등으로 접수가 거부됐고, 접수된 일부 기업들도 심사과정에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신청했던 모든 해운사가 고배를 마셔야 했다.
 
업계에서는 신용보증기금의 이 같은 신청요건은 자본집약적인 해운업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해운업은 업종 특성상 선박을 도입할 때 부채비율 상승이 불가피하다. 선박 확보는 해운사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지만, 선박 1척당 가격이 워낙 비싸 대부분 선박금융 등 차입금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해운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부채는 증가하는 데 매출액은 감소하고 당기손익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2008년 27조8003억원이었던 국내 해운업 부채총계는 지난해 41조1749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2008년 14조980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지난해 9조5408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국내 해운사의 평균 부채비율은 2008년 197%에서 지난해 486%로 급증했고 올 들어 계속 증가세에 있다.
 
이에 업계는 P-CBO 신청요건을 중견해운사의 경우 신용등급을 기존 BB- 이상에서 B- 이상으로 낮추고, 부채비율은 650%에서 1000% 이하로 완화해 줄 것을 신용보증기금과 금융위원회에 요청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8~10차례 정도 P-CBO가 발행될 계획이지만 요건이 이대로라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선사는 몇 군데로 정해져 있다"며 "요건을 완화해 보다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7월 정부가 P-CBO를 도입하기 전에도 해운업에 대한 지원 장치는 있었다"며 "제도 도입이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채권담보부증권(P-CBO) 신청요건을 완화해 중소선사들까지 혜택이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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