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수백억원의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김 회장은 법정에서 선처를 호소했다.
6일 서울고법 형사합의5부(재판장 김기정) 심리로 진행된 김 회장의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파기환송전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면서 "수법이 조직적이고 지능적이며, 반성하지 않는 점에 비춰 형량은 상향돼야 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한유통과 웰롭의 실소유주가 김 회장이라는 점을 근거로 이들 회사에 대한 채무액 3000억 상당을 한화 계열사를 통해 지급하게 한 점이 유죄로 인정해 줄 것을 주장했다.
◇檢 "한유통·웰롭 김 회장 소유 횡령사실 뒷받침"
검찰은 "대법원에서 이 두 회사가 김 회장의 소유라는 점을 확정됐다"며 "이는 김 회장이 실질적으로 3000억원을 횡령한 것이므로 양형도 마땅히 달라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회사에 대한 지원이 계열사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에 의문이라는 것이 판시 내용"이라며 "개인적 치부를 위한 범죄임이 명백해졌다"고 주장했다.
즉, 한유통과 웰롭이 한화의 자회사이므로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돼 성공한 구조조정으로 봐야 한다는 김 회장 측의 주장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3000억원 상당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수많은 주주들이다. 피해가 광범위해 범행은폐가 쉬운 구조"라며 "한 사람에게 3000억원의 피해를 가한 것보다 무거운 죄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럼에도 김 회장은 범행을 진지하게 뉘우치지 않고 있고, 범행 수법이 교묘하고 지능적인 점을 이용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재벌의 구태에 경종을 울려 경제의 투명화와 신뢰사회를 촉진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변호인 측은 한유통과 웰롭은 김 회장의 차명회사가 아니므로 계열사를 통한 자금 지원은 기업의 경영 행위라고 반박했다.
◇변호인측 "한유통·웰롭 실소유 증거 없어"
변호인 측은 "검찰은 김 회장이 한유통과 웰롭의 실소유주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관련자들의 진술을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유통과 웰롭 임직원들이 검찰에서 회사가 피고인의 회사라고 진술했다고 하지만, 이들은 설립 경위를 모르는 일부에 불과한 추측성 답변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대기업에 요구된 행위 규범은, 그룹 전체가 부도에 이르지 않는 한 계열사의 부도를 막으라는 것"이라며 "채권자와 금융기관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양형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당시 계열사간 합리적 이해 조정이나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은 반성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자금지원 그 자체는 김 회장 개인적 이익을 도모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사건은 외환위기 직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채무를 인수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기존의 재벌비리 사건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양형에 유리하게 고려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한화는 지금 회장의 부재와 건강 악화로 정상 업무가 집행되지 못해 심각한 경영 공백이 생긴 상태이 점도 감안해 줄 것"도 같이 호소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이들 회사에 지급보증한 3000억원에 대해 검찰이 공소를 제기했으나 자산을 취득하기 위해 발생한 부채 304억원 등을 제외한 실제 지급보증금액은 2600억여원이라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부분 등에 대한 1590억여원에 대해 공탁을 했고, 피해 계열사가 출금을 마친 상태라는 점을 양형에 유리하게 참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심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가 대법원에서 확정되자 변제를 한 것일 뿐"이라며 이를 진정한 의미에서의 변제로 볼 수 있는지를 양형에 판단해 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회장 "더 나은 기업으로 재탄생..선처" 호소
김 회장은 2시간여 넘도록 지속된 결심공판을 침대에 누워 지켜보다가 최후진술 기회를 통해 "앞으로 좀 더 나은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시장상황에 따른 부동산가치가 변경함에 따라 김 회장의 횡령금액이 293억원에서 157억원으로 낮아졌다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김 회장은 계열사에 자신의 채무 3200억여원에 대한 지급보증을 하게 한 뒤 이를 분식회계 등을 통해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11년 1월 불구속 기소됐다.
차명계좌 등을 통해 돈을 횡령함으로써 계열사와 소액주주 등에게 4800억여원 상당의 손해를 입히고, 계열사가 보유한 주식을 가족들에게 싼값으로 매각해 1000억여원의 손해를 입한 혐의도 받았다.
김 회장은 1심에서 징역 4년에 벌금 50억원을, 2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1억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은 계열회사의 금융기관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행위를 별도 배임죄로 본 원심 판결 일부를 위법하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김 회장은 실형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으나, 현재 건강악화를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김 회장의 파기환송심 선고는 이듬해 2월6일 오후 3시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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