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1965년 해외진출 첫발을 내딘 태국 파타니 나라티왓 고속도로 공사 현장의 모습. (사진제공=현대건설)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국내 건설 경기 침체로 최악의 한 해를 보낸 건설업계가 해외 진출 48년 만에 누적수주액 6000억달러를 돌파했다는 낭보를 전했다.
각 건설사들도 이를 증명하듯 해외 시장에서 일궈낸 다양한 기록들을 쏟아냈다.
현대건설(000720)은 해외 누적 수주액 1000억달러를 돌파했고,
삼성물산(000830)은 올 들어 7개월만에 연간 수주액 100억달러를 달성했다.
이처럼 해외건설에서의 성과는 올 한해 건설업계의 가장 큰 쾌거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저가수주와 지역 및 공종 편중 등의 문제점은 여전히 잠재적 리스크로 존재하고 있다. 거기에 연간 해외 수주액 700억달러의 목표치 달성은 3년째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히 수익성 개선의 돌파구로 삼았던 해외건설 부분의 저가수주는 일부 업체들에게 결국 큰 적자를 안기며 경영상태를 악화시켰다.
◇업체별 해외수주 누적실적.(자료제공=해외건설협회)
◇현대건설, 누적 1000억달러 돌파..쏟아지는 대기록들
2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2월 현재 건설업계 누적 수주액 6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6월 수주 누계액 5000억달러 달성 이후 1년 반 만에 1000억달러를 추가 갱신한 것이다.
1000억달러 단위 갱신 시점도 빠르게 단축되고 있다.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28년이었다. 이후 2000억달러 달성은 13년이 걸린 것에 비하면 최근의 속도라면 연간 1000억달러 초과 달성도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해외건설시장이 이처럼 급격히 성장한데는 현대건설의 활약이 컸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계 사상 최초로 해외 건설 수주액 1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1965년 태국에서 첫 공사를 수주한 지 48년 만에 단독으로 세운 대기록이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금액의 6분의 1이상을 차지한다.
현대건설 외 삼성물산,
대우건설(047040) 등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삼성물산은 2009년 해외건설 수주액이 3억달러에 불과했으나, 올해 해외건설 수주액이 사상 처음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976년 에콰도르 현지 토목사업을 시작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한 대우건설은 현재까지 492억달러를 수주하며 누적 수주액 500억달러를 눈앞에 뒀다.
◇연도별 해외 누적 수주액 추이.(자료제공=해외건설협회)
◇연간 700억달러 달성 좌절..3년 연속 목표액 미달
해외건설의 연이은 쾌거에도 올 초 정부가 목표로 정한 해외건설 수주 700억달러 달성은 또 실패로 돌아갔다.
연말을 보름가량 남겨둔 이달 중순 기준 해외 건설수주 총액은 577억달러로, 목표치인 700억달러에 123억달러 가량 부족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한달간 수주액은 86억달러에 불과했으며, 2011년에는 115억달러, 2010년에는 60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매년 700억달러 연간 수주목표를 내세우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648억달러, 2011년 591억달러 기록에 그치면서 매해 수주달성의 꿈을 아쉽게 놓치고 말았다.
당초 700억달러 목표액은 태국 물관리사업 수주를 감안해 책정됐다. 하지만 태국현지에에서 반정부 시위가 지속돼 계약 체결이 장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목표 달성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GS건설 본사 현판.(사진제공=뉴스토마토)
◇"올 것이 왔다" 고질적인 질병 '저가수주'의 부메랑
올 한해 건설업계 또 하나의 화두는 해외사업 리스크였다. 해외수주에 주력했지만 무리한 저가수주 경쟁은 적자 쇼크로 돌아왔다.
GS건설(006360)과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해외 공사 저가 수주 여파로 올해 1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어닝쇼크 여파로 부도설까지 나돌았던 GS건설은 올 3분기 기준 영업손실이 무려 7993억원에 달했다. 매출액은 6조422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6.4% 감소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에만 74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올 들어 1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냈다.
해외 진출 건설사들은 대부분 대규모 영업 손실에 대해 '부실 요인을 선(先)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저가수주로 인한 추가 손실은 여전히 언제 어디서 터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지역별 누적 수주액.(자료제공=해외건설협회)
◇중동·플랜트 편중 문제점 여전..풀리지않는 숙제
고질적인 저가수주 문제와 함께 지역과 공종 편중 현상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이다.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6000억달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동지역과 플랜트 공종에 편중돼 있었다.
중동지역 건설 수주액은 3557억달러로 전체 해외 수주액의 58%를 차지했고, 이어 아시아지역 수주액이 전체의 30%인 1784억달러를 기록했다. 중동과 아시아 지역에 약 90%가 편중된 것이다.
반면, 중남미와 아프리카에서는 224억달러(4%), 182억달러(3%)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신흥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는 중남미나 아프리카 등의 진출은 여전히 미미한 게 현실이다.
플랜트 공종에 대한 의존도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 수주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320억달러(55%)가 플랜트공사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어 건축 1300억달러(21.6%), 토목 1161억달러(19.3%), 전기 122억달러(2.0%) 등 순이다. 최근 수주한 1000억달러에서도 플랜트 공종의 비중은 무려 65%로 절대적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건설 시장의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수익률 등 질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며 "그간 편중돼 있던 수주 구조는 그나마 다변화 성과를 조금씩 보이고 있어 긍정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업체들과 후발주자인 중국 업체까지 나서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건설사들도 실적을 위한 무리한 저가수주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전력을 집중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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