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새해를 맞이하는 많은 증권사 수장들은 희망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혹독한 시련을 겪은 증권업계가 올해도 만만치 않은 역경을 견뎌내야 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2일 국내 주요 증권사 사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 한 해를 전망하고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증권업계, 경영난 지속.."올해 더 어렵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국내외 경제여건이 뚜렷한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거래량 급감, 불안정한 금리변동 등으로 전체 증권업계의 수익성은 최악의 상태를 나타냈다. 여기에다 불완전판매 이슈로 금융소비자보호가 강화되면서 경영 환경은 더욱 어려워졌다.
올해에도 이 같은 기조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석
삼성증권(016360) 사장은 "올해에도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맞이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며 "고객 니즈에 맞춘 진정한 차별화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절박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경은 사장도 "증권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수익성 부진은 올해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다가올 불확실성과 위험에 철저히 대비하여 어떤 상황 속에서도 본연의 목표를 달성해 낼 수 있는 지혜를 갖자"고 말했다.
특히 신년사에 인용된 사자성어에는 올해 예상되는 업계의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윤경은
현대증권(003450) 사장은 '영리한 토끼는 세개의 굴을 준비해 놓는다'는 의미의 '교토삼굴(狡兎三窟)'을 강조했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005940) 사장은 '물이 차오르면 큰 배가 저절로 떠오른다'는 의미의 수도선부(水到船浮)'를 제시했다.
또 권용원
키움증권(039490) 사장은 '성공은 중간에 그만두지 않음에 달려있다'는 뜻의 '계이불사(?而不舍)'를, 임재택 아이엠투자증권 사장은 '쇠공이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뜻의 '마저작침(磨杵作針)'을 소개했다. 박재식 한국증권금융 사장은 '추운 계절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소나무와 측백나무의 푸르름을 실감할 수 있다'는 의미의 '세한송백(歲寒松栢)을 언급했다.
◇"위기가 기회다".."신사업 발굴은 생존 문제"
최근의 금융업 구조적 변화에 철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회사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우선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거나 성장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어룡 대신금융그룹 회장은 "우리는 변화와 버거운 싸움을 벌이기 보다는 좀 더 멀리 보면서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움직여야 한다"며 "고령화, 저금리, 저성장의 트렌드 속에 자산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판세를 뒤흔드는 위기상황의 도래는 '종합자산관리의 명가 재현'이라는 우리의 비전을 실현하기에 다시 오기 어려운 절호의 기회"라며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기범 KDB
대우증권(006800) 사장은 "국내 증권산업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신규사업 영역 발굴 및 수익원 확대는 이미 증권사에게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문제"라며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 기업신용공여, 퇴직연금 등 제도적·환경적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정도·내실경영 '강조'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 중심의 정도 경영과 내실 경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올해는 기필코 정도 영업을 정착시켜야 할 것"이라며 "지나친 과욕은 버리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 우리가 모두가 윈윈할 수 있도록 원칙에 충실한 영업을 지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석
삼성증권(016360) 사장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답은 고객 중심 경영"이라며 "고객 중심 경영은 일회성 구호나 이벤트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을 뼈 속까지 바꾸는 조직문화의 혁신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윤경은 사장 역시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공급해 고객과의 신뢰관계를 변함없이 유지해야 한다"며 "시장대비 초과 수익, 시장 리스크 대비 저위험 상품으로 꾸준히 교체할 수 있는 시야와 상품 역량을 강화해 달라"고 주문했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고객중심의 차별화된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고객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할 것"이라며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전문성을 갖고 대응하느냐가 향후 업계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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