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고재인기자] “생명보험사의 해외진출은 장기적으로 가야지 유행처럼 할 것은 아니다. 리스크가 큰 해외진출에 대해 말은 쉽게 하지만 실질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다.” (생명보험사 고위관계자)
금융당국은 포화된 국내 금융시장에서 탈피해 해외에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도록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의 경우 난감한 표정이다.
해외에서도 통하는 브랜드와 규모의 경제를 통한 해외진입이 돼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제조업처럼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에서 수익을 창출하도록 해외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한 세미나 자리에서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금융사의 해외지원 의지를 밝혔다.
금융당국의 금융규제 완화 방침에도 불구하고 생명보험사들은 해외진출과 관련된 업무에서는 표정이 어둡다.
손해보험사는 법인을 상대로 영업을 해서 상대적으로 해외진출이 수월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해외진출을 통한 성과 내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손보사는 2013년 9월말 기준 현지법인 16개, 사무소 29개 , 지점 7개 등 총 52개의 해외 거점을 확보하고 있지만 생보사는 현지법인 11개, 사무소 17개로 총 28개의 해외 거점만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실질적인 영업거점인 지점은 1개도 개설하지 못했다.
삼성생명이 지난달 27일 중국 북경에서 중국은행과 중국은행의 손해보험 자회사인 중은보험, 중항그룹과 중항삼성인수의 지분 제휴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현지 지점을 통한 영업이 아닌 현지 은행 등과 제휴를 통한 방카슈랑스 채널로 영업방향을 선회한 것.
이같은 결과도 수년간의 제휴 협상작업을 통해 이뤄졌다.
한화생명도 2012년 국영기업인 저장성국제무역그룹과 합작법인을 통해 중국보험시장에 진입했지만 지난해 연간 초회보험료(매출)이 15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일부에서는 금융회사의 해외진출은 단기적인 유행이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서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세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도 해외진출과 관련해서 세미나도 하면서 장려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보험산업의 해외진출은 자체적으로 채널이 형성 돼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쉽게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김세중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보험사들이 진출을 하는데 시장파악 수준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초기에 성과를 바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진출에 앞서 국내에서부터 관치금융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부터 관치금융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데 해외에 나가서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설 수 있겠냐”면서 “국내에서부터 정부가 보험료나 상품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는 자율가격제 등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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