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NC를 포함한 9구단 체제로 처음 운영된 지난시즌 프로야구 리그는 삼성의 통합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공식 비활동기간(2013년 12월1일~2014년 1월14일)이 끝나는 프로야구는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고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마음가짐으로 더욱 도약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뉴스토마토는 오는 15일 스프링캠프 출발을 앞둔 9개 구단과 올해부터 퓨처스(2군)리그에 합류하는 KT 등 10개 구단에 대한 SWOT 분석을 진행한다. 'SWOT 분석'은 경영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직분석기법의 하나로서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협(Threat) 앞 글자를 딴 조어다. 분석의 범위는 선수 영입을 비롯한 경기 내적인 부분과 야구 인프라 확충과 연고 지자체 협조를 비롯한 경기 외적인 부분이 모두 포괄된다.(편집자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전동에 위치한 삼성트레이닝센터(STC) 체육관동. 농구·배구·탁구·레슬링·태권도 체육관과 각종 재활시설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 연속 통합(정규시즌·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에 빛나는 최정상 팀이다. 선수단 인적 구성도 가장 안정적이고 구단 모기업 지원 문제도 모범적이다. 구단에 대한 팬들의 신뢰도 다른 팀보다 높다.
하지만 삼성도 완전무결한 팀은 아니다. 더욱 나아져야 할 분야도 있고 지난 시즌 이후 찾아온 위기도 있다. 삼성 구단의 강점과 약점, 기회적 요인과 위기적 요소에 대해 살펴보자.
◇S(Strength : 장점) - 야구하기 위한 기본조건 최상
많은 야구 팬들은 삼성을 '돈성'으로 부르며 부러운 눈길을 보낸다. 필요한 선수의 잔류를 위한 투자와 신규 영입에 아낌없는 자금을 투자한 것이 이같은 별명을 낳았다.
삼성은 필요한 선수를 외부 영입은 물론 내부 자체 육성을 통해서도 원활히 조달한다. 이는 빼어난 코치진의 초빙과 좋은 인프라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하다.
지난해 KIA가 최첨단 시설의 '함평-KIA 챌린저스필드(전남 함평)'를 지었고, 두산은 기존 베어스파크 시설 일체를 허물고 새로 베어스필드(경기 이천)를 건설 중이다. LG(경기 이천), SK(인천 강화), KT(경기 여주) 등의 구단도 그간 작거나 없던 2군(및 재활군) 육성을 꾀하는 시설을 짓고 있다.
하지만 체계적인 육성 인프라를 갖춘 시발점은 단연 삼성이다. 지난 1990년 경북 경산시 진량읍에 삼성 라이온즈 볼파크(일명 '경산볼파크')를 건설했고,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있는 STC(삼성트레이닝센터)를 통해 부상 선수들의 효율적인 초기 재활을 이끌었다.
삼성 코치진은 1·2군을 포괄해서 국내 야구단 최다인 23명이다. 류중일 감독을 필두로 1군 8명, 2군 및 재활군 총 14명이 삼성 선수단을 조련 중이다.
게다가 2011년 4월부터 약 1년동안 개발비 35억원과 프로그래머 40여명을 투입해 삼성만의 새로운 전략분석 시스템 '스타비스(STABIS)'를 개발해 활용 중이다.
야구를 잘할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가장 잘 갖추었다. 실제로 경기에서도 일부 포지션을 제외하면 모든 선수 가용자원의 운영이 수월하다. 특정 선수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시스템 야구'로 불리우는 삼성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조현근.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W(Weakness : 약점) - '최근 수년째 구멍' 좌완 계투 갈증
그렇지만 삼성도 약점은 있다. 바로 수년째 해결을 못한 '좌완 불펜 기근'이다. 삼성의 좌완 불펜 기근 문제는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의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처지는 선수로 평가되고 있던 조현근이 정규 엔트리에 포함된 것이다. 권혁 외에는 다른 좌완 불펜의 이름값이 현저하게 낮은 상황에서 조현근의 합류는 불가피했다.
조현근은 1차전에서 친정팀인 두산을 상대로 원포인트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그동안의 논란을 잠재울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6차전 9회초 2아웃 이후에는 오재일을 볼넷으로 내보내고 손시헌에게 안타를 허용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좌완 불펜 부족의 논란은 다시 커졌다.
다만 부상 좌완 선수들의 회복과 백정현, 박근홍의 성장에서 희망을 가져볼만 하다.
권혁은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지난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이를 통해 전성기 기량을 완벽하게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백정현과 박근홍은 아시아 시리즈 당시 좋은 모습을 보이며 팬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했다.
◇장원삼.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O(Opportunity : 기회) - FA를 앞둔 선수들의 'FA로이드'
삼성에는 올시즌 이후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릴 예정인 선수가 5명에 달한다. 권혁과 배영수, 안지만, 윤성환, 조동찬(이상 가나다순)이다.
김강민, 김상현, 나주환, 박재상, 박진만, 이재영, 조동화, 최정에 이르기까지 8명이나 FA시장으로 나오는 SK에 비해선 낫지만, 삼성도 결코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다만 삼성은 2010~2012년 들어 꾸준한 신·구 조화를 이뤄냈다. 이미 김상수를 비롯한 젊은 선수도 '큰 경기'를 수차례 겪으며 경험을 쌓았다.
게다가 다른 구단에 비해 자금 걱정이 적다. 그간 삼성은 해외 진출으로 놓아준 선수를 제외하곤 '꼭 잡아야 할 선수'는 놓치지 않았다. 올해도 장원삼과 박한이를 잡았다.
전례를 볼때 삼성에게 선수들의 FA는 기회다. 선수들의 'FA로이드'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것이다. FA로이드는 FA를 앞둔 선수가 금지 약물 스테로이드(근육강화제) 복용자처럼 힘을 내는 것에 빗댄 신조어다.
FA가 예정된 5명은 평소에 좋은 실력을 내던 삼성의 주축 선수다. 굳이 FA로이드가 아니니더라도 자기 역할을 다할 것이다. 기본기도 매우 뛰어나다.
삼성은 '4연속 통합(정규시즌·한국시리즈)우승'을 바라고 있고, 뒷문을 든든히 지키던 오승환이 일본 진출로 없다. 재계의 확실한 1등인 삼성이 야구에서도 확실한 1등이 되려면 인재를 상황에 맞게 의욕을 부쩍 높이면서 활용해야 한다.
삼성에게 현 상황은 기회다. 주전에게는 FA로이드로, 백업선수에겐 혹시 떠날지 모를 선수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한 좋은 동기부여가 된다.
◇오승환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한신 타이거즈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자신의 등번호 22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어 보이고 있다. ⓒNews1
◇T(Threat : 위협) - '강력한 마무리' 오승환 부재와 팀간 전력의 평준화
삼성에게 최대 위기는 팀내 마무리를 장기간 맡아오던 '끝판대왕' 오승환의 부재다. 일단 안지만이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전망되긴 하나 오승환의 부재는 뼈아프다.
안지만을 비롯한 마무리 투수들의 빠른 안정이 관건이다.
다른 팀의 전력이 강화되면서 팀간 전력차이가 급속도로 줄어든 점도 삼성에 간접적 위협이 된다.
삼성의 지난시즌 한국시리즈 상대이던 두산은 손시헌, 이종욱(이상 NC), 김선우, 임재철(이상 LG), 최준석(롯데)이 잇따라 빠져나가며 전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두산을 뺀 다른 팀 전력은 오히려 강화됐다. 롯데·한화·NC는 외부 FA를 잇따라 잡았다.
특히 하위권 팀은 전력을 대폭 보강하며 다음 시즌을 적극 대비하고 있다. 한화가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했고, SK는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도 거물급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며 리그 상위권 팀으로 다시 오르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다만 삼성은 중심타선 진용이 매우 막강하고(박석민, 박한이, 이승엽, 채태인, 최형우 등), 선발진도 빼어난(배영수, 윤성환, 장원삼, 밴덴헐크, J.D.마틴 등) 상황이다. 오승환의 빈자리와 좌완계투 보강만 이뤄지면 별 문제는 없다.
삼성이 올해 찾아온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팀을 반석으로 올리는지 지켜보는 것도 프로야구를 즐기는 재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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