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교통사고 사망사건에서 자신이 치었는지 명확하지 않아 목격자로 행세했더라도 사고 즉시 119에 신고해 구호조치를 취한 뒤 같이 출동한 경찰관에게 신원을 명확히 밝혔다면 '뺑소니'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모씨(56)에 대한 상고심에서 '도주차량'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사고 직후 직접 119 신고를 했을 뿐만 아니라 구급대와 함께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현장설명과 함께 자신의 인적사항과 연락처를 알려준 다음에야 사고 현장을 떠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이 구급대원과 경찰관에게 목격자로 행세하며 진술조서를 작성한 지 불과 11시간 정도 후에 다시 경찰서에 출석해 사고 낸 사실을 인정했더라도 자신의 인적사항 등을 수사기관에 밝힌 이상 이후 차량감식 등을 통해 피고인이 사고 운전자라는 사실이 어렵지 않게 밝혀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게다가 피고인은 사고 당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제지로 차량을 멈췄고 선행차량에 의한 사고 가능성 등을 의심해 일단 목격자인 것처럼 진술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사고 당시와 조사 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한 것만으로는 피고인이 교통사고를 낸 뒤 도주했다고 볼 수 없고, 이와는 달리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를 인정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신씨는 2011년 7월 비가 오는 저녁 자신의 포터 냉동탑차를 운전해 원주시 평장리 마을 진입로에서 박모씨(여·80)를 치어 숨지게 한 뒤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또 같은해 9월 돈 문제로 오모씨(58)와 다투다가 무릎과 양 손으로 오씨를 때려 상해를 가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신씨는 박씨를 숨지게 한 당시 앞서 마을로 진입하던 승용차를 따라 후진하던 중 박씨를 차로 친 직후 119에 신고한 뒤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신씨는 당시 어둡고 비가 많이 내리던 상황에서 앞서 가던 승용차가 박씨를 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구급대와 경찰관에게 목격자인 것처럼 말 했으나 사고 후 11시간이 지난 뒤 사고 사실을 모두 털어놨다.
1심 재판부는 신씨의 두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하고 금고 8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 재판부는 신씨가 사고사실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한 점, 반성의 기미가 없는 점, 피해자의 유족들이 엄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 2년6월에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이에 신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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