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희주기자] 미국은 유럽연합(EU)의 은행연합에 대해서 비공식적으로 참견을 해왔다.
이번에도 은행연합에 대한 촉구는 미 재무장관의 3일간의 유럽투어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였다.
9일(현지시간) 제이콥 루 미 재무장관은 "은행연합은 유럽 경제뿐 아니라 미국과 세계 경제에도 좋다"며 "당국의 자본재구성과 믿을 수 있는 예금보장 체제도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로존은 유로화를 공동 사용하고 있지만 미 연방정부처럼 예금 보증제도의 방식으로 각국의 은행을 보호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로 은행연합은 단일은행감독기구(SSM)와 단일정리체제(SRM)에 이어 단일예금보장 체제까지 3단계로 이뤄져 있다.
앞서 지난달 EU가 유로존 내 부실은행을 처리하기 위해 SRM에 합의한 이후, 예금보장체제 마련만이 큰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미 재무부측은 "궁극적으로 은행연합은 유로존 국가들이 비용과 리스크를 공동 부담하는 것"이라며 "청산자금과 은행시스템의 신용도를 개선시키기 위해 예금보장제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제이콥 루 미국 재무장관(가운데), 그리고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이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했다(사진=로이터통신)
미국의 걱정거리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SRM에 대해 합의가 이뤄진 이후 이제 유로존 국가들은 10년 가까이 부실은행의 처리비용을 마련하는 데 발목이 잡혀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유로존 내 은행들은 벌써부터 재정 건전화를 위해 부채를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이 같은 노력이 경제 회복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왜냐하면 은행들이 부실한 대차대조표를 회복시키기 위해 대출을 꺼리고 이것이 경기 회복세를 둔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유로존 은행의 비금융권 대출은 전월 대비 3.9% 감소했고, 그 감소폭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루 장관은 이날 유럽투어의 마지막 일정으로 포르투갈의 리스본을 방문해 페드로 파소스 코엘료 총리와 회동했다.
전문가들은 은행연합 모멘텀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다른 국가와의 관계를 견고히 유지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국의 이 같은 참견에도 한계는 있다. 적어도 유로존 내에서 미국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독일보다 좁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참견할 수 있는 것은 거시경제적 차원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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