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매매전환 유도 전세대책, 월세에 '뒷통수'
전세수요 줄었지만 월세화 가속에 전세공급 더 감소
2014-01-15 11:13:37 2014-01-15 11:17:34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국토교통부의 전세대책은 자금 여유가 있는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려 전세수요를 줄이겠다는 계획에서 시작됐습니다. 이를 위해 1%대 모기지 등 생애최초주택 구입자에 대해서는 초저금리 대출 상품도 만들어 줬지요. 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폐지 등 각 종 규제를 완화 해 가격 상승 시그널도 지속적으로 퍼트렸습니다.
 
전세값 상승은 잡을 생각은 하지 않고 매매만 부양시키려 한다는 비아냥을 감수하면서까지 꿋꿋하게 매매활성화에 집중했습니다. 전세시장에는 저리의 대출로 돈줄을 터 결국 전셋값이 올라가는 것을 조장, 방관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죠. 전셋값이 더 올라야 전세를 포기하고 매매로 돌아설 것이라는 복안일 수도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수요의 매매전환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최근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면 전세를 포기하고 매매로 돌아선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전셋값은 아파트 매매가와 입맞춤하기 직전까지 왔고, 다른 전셋집으로 가자니 물건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어차피 전셋값이 너무 올라 대출을 더 받고 이자를 더 내야한다면 차라리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내집 아닌 내집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새정부의 지난 1년 동안 서울에서는 6만476건의 거래가 있었습니다. 전년 4만1818건보다 44.6%나 늘었습니다. 집을 한 채 더 산 사람도 있겠지만 분위기상 실수요자들의 거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1월 15일 현재 서울시에 신고된 매매계약건수는 1943건입니다. 이미 지난해 1월 전체 1134건을 넘었습니다.
 
매매시장을 부양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고 정부가 추진한 전세수요 감소를 위한 매매전환 정책이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해석해도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전세값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114의 통계로는 최근 72주 연속 오름세입니다. 매일 매일 역대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는데요.
 
(사진=뉴스토마토DB)
 
뭐가 문제였을까? 시장 관계자들과의 대화에서 찾아낸 변수는 월세에 있었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빠른 월세화. 전세의 매매전환으로 인한 전세수요 감소분보다 전셋집의 월세 전환으로 인한 공급 감소분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간단한 수요·공급 원리로만 봐도 가격은 내려갈 수 없습니다.
 
국토부 전월세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11월 사이 전국 아파트 임대차 계약 중 월세 비중은 31.6%입니다. 2012년 25.6%, 2011년 25.3%를 유지하던 월세 계약 비중이 30%를 돌파한 것입니다. 그만큼 전세 계약 비중이 줄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고가의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서 세입자가 월세를 원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요? 보증금을 활용할 곳을 못 찾은 집주인이 전셋집을 월세로 공급하며, 월세 계약이 늘었습니다. 공급이 증가하니 균형가격은 내림세를 보였죠.
 
부동산114 분석결과 지난해 4분기 서울 아파트 월세지수는 115.17로, 3분기 대비 2.87% 하락했습니다. 2005년 이후 8년 만에 첫 하락이라고 합니다.
 
부동산114는 현재 임대시장은 세입자보다 집주인 우위 시장으로 집주인이 월세 공급을 늘리고 있어 상대적으로 월세 거래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고, 세입자가 원하는 전세 물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부 공인 통계기관인 한국감정원 역시 매월 월세 통계를 발표하며 최근의 월세가격 하락에 대해 집주인의 월세 전환으로 공급이 늘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정부는 공급을 단기간 증가시킬 수 없다고 판단, 매매시장을 부양시키고 있습니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을 주면 전세에서 매매로 돌아서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욕은 먹겠지만 전세난을 이용하면 매매시장 침체도 막아 '일석이조'의 효과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겠죠. 큰 성공은 아니지만 어쨋든 전세수요를 매매로 돌렸고, 시장에 온기를 주는 정도는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월세 전환의 고속화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였던 것일까요. 아니면 생각보다 더 빨랐던 것일까요. 전세수요가 감소했지만 물건은 그 이상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탓에 전셋값은 또 다시 최고가를 갈아치울 것우로 전망됩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집을 사야 할 전세 수요자들이 월세를 전전하는 날이 오겠네요.
 
전세난 해소를 위해 매매부양을 선택한 국토부의 선택이 마지막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궁금해 집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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