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벤처업계를 막 출입했을 때입니다. 우연히 만난 취재원이 저보고 반농담으로 “최 기자는 끝물에 왔다”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무슨 말인가 하니 “10년 전 닷컴거품 시절에 왔다면 기자들이 접대 겸 비싼 술집도 쉽게 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호기심에 “정말 언론에 보도되는 대로 돈 많은 벤처사업가가 유흥업소에 가는 일이 잦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혹시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IT업계 모 유명인도 그러냐고 질문하니 대답이 가관입니다.
“그 사람이 제일 많이 갈 걸.”
한때 “벤처 육성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룸살롱 영업주”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벤처업계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오자 일부 사업가들이 유흥업소에 흥청망청 돈을 썼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이유는 벤처와 유흥 사이에 연결고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선 벼락부자들이 쉽게 탄생하곤 합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업계에 특히 적용되는데요. 출시한 서비스가 시장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 순식간에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매출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이는 대규모 투자와 상장으로 이어지고, 창업자멤버들은 돈방석에 앉게 됩니다.
문제는 골방에서 순수하게 프로그래밍을 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많은 돈을 만지면 졸부들의 행동을 따라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급성장한 한 회사 홍보팀 관계자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고위 임원들이 룸살롱 접대부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아 낯이 뜨거웠다”며 “이 회사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이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번째로 ‘고수익 고위험’의 극단이라 할 수 있는 벤처 특성상 창업자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이를 여자와 술로 해소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는 스트레스가 많은 직군일수록 유흥업소에 출입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합니다.
이밖에도 벤처창업자 평균 연령대가 낮아 한창 혈기왕성한 시기라는 점, 제휴와 영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 특성상 강남에 사무실을 두곤 하는데 ‘유흥업소 밀집지역’과 매우 가깝다는 점이 거론되곤 합니다.
요즘 제 2의 벤처붐이 불면서 대규모 투자에 성공한 몇몇 업체 대표들이 유흥업소를 출입하고 있다는 루머가 들려옵니다.
벤처가 아무리 힘들어도 스트레스는 건전한 여가생활로 풀어야 하고, 지나친 유흥업소 출입은 정상적인 업무를 해치는 것은 물론 동료들의 사기와 기업문화, 회사 재무상태를 좀먹습니다. 부디 루머가 루머로 끝나길 바래봅니다.
◇ 강남 유흥가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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