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내내 수급 불균형과 롤마진 하락, 중국 저가제품의 공세 등 3중고로 어려움을 겪었던 철강업계가 4분기에는 대체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 3사의 경우 자회사 실적 호조와 봉형강 성수기 효과로 인한 판매 증가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회복된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전체 실적으로 봤을 때는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국내 증권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포스코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5조8303억원, 786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5.1%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무려 30.2% 개선됐다.
원료 가격이 톤당 1만원가량 하락하며 원가 절감에 기여했고, 자회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의 미얀마 가스전 가동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1.8%, 71.8% 증가한 3조8851억원, 266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4분기 봉형강 성수기를 맞아 봉형강 판매가 증가하고, 당진제철소 3고로가 본격 가동하면서 전체 판매량이 늘었다.
또 수출 비중이 전체의 20%로, 포스코에 비해 낮아 원화절상으로 인한 손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분석이다.
동국제강은 매출액 1조7189억원, 영업이익 242억원을 기록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후판 저가 물량을 축소하면서 전체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저가 물량 축소에 따른 판매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다는 평가다.
한편 지난해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철강업계는 여전히 극히 부진에서 면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공급과잉에 더해 국내에서도 설비 증설로 생산량이 늘었지만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 침체로 수요는 감소하면서 수급 불균형 현상이 심화됐다.
이 가운데 철광석, 철스크랩 등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고, 지난해 11월 산업용 전기료 인상마저 더해지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수익성은 한층 악화됐다.
이에 따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3사의 전년 대비 지난해 매출액은 모두 큰 폭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매출액뿐만 아니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모두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7%, 15.9%, 31.3% 감소한 61조2609억원, 3조728억원, 1조638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현대제철은 매출액 13조5655억원, 영업이익 7634억원, 당기순이익 6631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4.1%, 12.4%, 16.7% 감소한 수치다.
동국제강은 지난해 매출액 6조7746억원, 영업이익 731억원을 기록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3.9%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은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당기순이익은 201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철강 3사의 이같은 실적은 수급 불균형이 가장 큰 원인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이 계속해서 공급량을 늘리면서 전 세계 철강재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지난해 10월 중국 국무부는 오는 2015년 말까지 각 지역별로 연철 1500만톤, 연강 1500만톤 규모의 철강 생산설비를 도태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철강업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월 6000만톤 이상의 철강재를 생산하고 500만톤 이상을 수출하고 있어 중국발 공급과잉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기에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지난해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늘렸다. 지난해 9월 연간 400만톤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는 현대제철 제3고로가 가동을 시작했고, 앞서 6월에는 포스코 광양1고로가 개·보수를 통해 생산량이 기존 대비 230만톤 가량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 국내 조강생산량 추정치(약 6812만톤)의 9.2%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요 측면에서는 철강 사용량이 많은 건설업 부진이 가장 큰 악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국내 철강 소비는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2012년 연간 철강 소비량이 4.7% 감소한 것에 비해 감소폭이 확대됐다.
전체 철강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건설업이 부진했고 가전, 기계 수요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그나마 선방한 것으로 알려진 자동차의 경우에도 제자리를 지켰을 뿐 전년 대비 수요가 증가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인 철강업 침체라고는 하지만 중국, 일본은 내수가 전년 대비 증가했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연간 소비량이 9.2%, 일본도 6.0% 증가했다.
◇한중일 3국의 연간 철강 소비 증가율
이와 함께 원달러 환율 하락과 엔저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수출 시장에서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4분기의 경우 원달러 환율 평균이 전분기 대비 47원 급락했다.
업계 전문가는 "지난해는 국내 철강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판매가격이 약세를 기록한 것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라며 "건설, 조선은 물론 자동차 내수시장도 전년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고, 설비 증설로 생산량도 늘고 있어 올 상반기까지 수급 불균형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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