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 24일 지주사 전환 주총..경영권 분쟁 본격화
녹십자, 일동제약 인수시 업계 1위 ‘우뚝’..주식시장 요동
2014-01-20 15:03:53 2014-01-20 17:26:05
[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일동제약이 오는 24일 오전 10시 양재동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경영권 강화를 위한 지주회사 전환을 시도한다. 일동제약은 투자사업 부문과 의약품사업 부문 분리를 통해 기업지배구조 투명성과 경영 안정성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일동제약의 지분을 늘린 녹십자가 지주사 전환에 반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녹십자는 지난 16일 일동제약 지분을 기존 15.35%에서 29.37%까지 끌어올리면서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의 지분율(34.16%) 턱밑까지 근접했다. 윤 회장과의 지분율 격차는 단 4.79%다.
 
관건은 녹십자가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노리고 지분을 확대했다는 점이다. 녹십자는 "단순 투자 목적"임을 밝히고 있지만 제약업계 내에서는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녹십자가 일동제약 3대주주인 미국투자회사 피넬리티(9.99%)로부터 주식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우호지분으로 돌릴 경우 사실상 경영권은 녹십자에게로 넘어오게 된다. 녹십자가 피넬리티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경우 지분율은 39.36%로 윤 회장 측보다 5%가량 높아지게 된다. 
 
녹십자는 2012년 3월부터 일동제약의 주식을 꾸준히 사들였다. 현대자동차가 녹십자생명을 인수할 당시 녹십자생명이 보유하던 일동제약 지분 8.28%를 녹십자에게 넘기면서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녹십자는 그해 12월에도 환인제약이 보유하던 일동제약 주식(7.07%)을 시간외매매를 통해 넘겨 받으면서 2대주주로 올라섰다.
 
현재 일동제약 주요주주는 윤원형 일동제약 회장 등 최대주주(34,16%), 녹십자외 2인 (29.37%), 피넬리티(9.99%), 기타 기관투자자 및 개인투자자(26.46%)로 구성돼 있다.
 
일동제약이 지주사 전환을 꾀하려는 가장 큰 이유도 지배구조 약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윤 회장 지분율이 낮았던 탓에 일동제약은 수차례 곤혹스런 상황에 빠지며 경영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회사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일동제약은 회사와 인연이 깊었던 개인투자자 때문에 경영권을 위협받은 적이 있다. 녹십자는 이번에 일동제약 지분을 확대할 때, 개인투자자 이호찬씨로부터 12.57%의 지분을 넘겨받았다.
 
당초 이씨는 오랫동안 일동제약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됐지만, 2012년 말 경영진을 불신임하는 내용의 주주총회 결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면 경영진과 갈등을 빚었다.
 
또 다른 개인투자가 안희태씨는 2009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며 일동제약 경영진을 위협했다. 안씨는 10%가량의 지분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일동제약은 이번 지주사 전환을 통해 경영권을 강화,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한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더 이상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외부세력으로부터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도다.
 
녹십자가 제약업계 100년사에서 처음으로 주식인수를 통한 M&A라는 사례를 만들지도 주목된다. 만약 녹십자가 일동제약 경영권을 인수하게 되면 1조3000억원대의 초대형 제약사로 재탄생하게 된다.
 
녹십자와 일동제약의 제품 포트폴리오가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M&A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녹십자는 제품 70% 이상을 백신에 주력하고 있는 반면, 일동제약은 고혈압, 고지혈증, 소화제 분야에서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어 동반자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녹십자 관계자는 “지분을 늘렸다고 해서 일동제약의 경영권을 위해하려는 의도는 없다”며 “일동제약의 강점인 브랜드 파워와 일반약 부분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 참여를 선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동제약 주식은 20일 장 시작과 함께 상한가로 직행하며 2거래일째 제한상승폭까지 올랐다. 이날 일동제약 주가는 전날보다 2000원(14.65%) 오른 1만5650원을 기록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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