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씨티그룹이 미 연방 정부와 정부의 씨티 보유 지분 확대를 논의 중에 있으며, 이는 사실상 정부의 지배구조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협상에서 합의가 이뤄되지 않더라도 미 정부가 씨티그룹 보통주를 40%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씨티 경영진들은 정부 지분이 25%까지 늘어나기를 희망하고 있다.
씨티그룹은 당국자들에게 정부 지분 확대와 관련한 계획을 먼저 제안했고 오바마 행정부는 이를 받아들일지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결론이 나든 세계 최대 금융회사 중 하나에 대한 미 정부의 지배력은 강화될 전망이다.
여러가지 가능한 안을 검토하고 있는 씨티그룹은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450억달러 상당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유 우선주는 정부가 시티그룹에 자본을 투입한 대가로 획득한 것으로 씨티그룹 총 지분 중 7.8%에 해당한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될 경우 정부의 자금지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의 이와 같은 거대 지분 소유는 위기에 처한 또 다른 은행들이 비슷한 방안을 고려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지난 10월 미 연방 정부가 은행들에 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을 당시 몇몇 전문가들은 정부가 조만간 대형 금융회사들을 국유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었다. 지난 9월 대형 보험업체 AIG가 정부 구제를 받으며 정부에 80%의 지분을 넘긴 이래, 은행 중에서는 씨티그룹이 국유화의 첫 사례가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씨티 정책결정자들에 의해 추진된 이번 정책은 미국 은행들이 경제침체와 주택 시장 위기의 한 복판에서 손실 공포에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를 반영해 주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난 주 씨티은행의 주가는 18년래 최저치인 주당 2달러 밑으로 급락했다. 씨티 경영진들은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정부의 지분 보유 확대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한편 국유화 논란에 있어 또 하나의 중심축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 주말 정부 지분 확대를 논의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BoA 대변인인 로버트 스티클러는 "우리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정책의 목적이 민간 자본을 은행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되어야지 그러한 의지를 꺾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가 씨티그룹 지분을 대량 보유하는 선례를 남길 경우 경제침체와 주택 시장 위기의 한 복판에 있는 또 다른 미국 은행들도 비슷한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금융회사들을 둘러싼 국유화 논란은 앞으로도 당분간 계속될 공산이 크다.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freen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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