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이한승기자] 자동차의 성능을 숫자로만 보여주고 미사여구로 표현하는 일반적 시승기와 차별화를 두겠다는 의도에서 <통통 튀는 자동차 정보, ‘카통’>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됐다. 자동차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내용을 취재해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하자는 의도에서 기획됐다. 국내 완성차는 물론 수입차까지 모든 차량을 망라해 2주에 1편씩 제작하기로 했다.
카통 첫 회는 현대차의 모든 역량을 결집한 프리미엄 세단 '신형 제네시스'를 다뤄보기로 했다. 무려 5년 만에 풀체인지 모델로 출시되면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계약 두달 만에 1만5000여대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신형 제네시스’를 프리미엄 세단의 최대 격전지인 유럽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전작인 1세대 제네시스가 북미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면 2세대 제네시를 통해 명차들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진검승부를 겨뤄보겠다는 의도다.
그만큼 제네시스는 디자인이나 주행성능, 편의사양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현대차 역량의 결집체이며 자신감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신형 제네시스에는 현대차 디자인 철학 '플루이딕 스컬프처' 2.0 버전이 최초로 적용됐다.
전체적으로 유연함과 역동성이 강조됐다. 여기에다 1세대 제네시스와 비교해 엠블럼 역시 가로로 길어지면서 한층 날렵해졌다.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사진=뉴스토마토)
신형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점에 착안해 <카통>은 자동차 소음과 승차감 검증에 초점을 맞췄다. 세단을 원하는 고객의 대부분이 시끄러운 소음을 최대한 줄이고, 미끄러지듯 주행하는 차를 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우수한 연비의 디젤 세단이 큰 인기다. 그간 디젤차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시끄러운 소음은 물론 환경문제까지 해결하면서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 이는 곧 BMW와 폭스바겐 등 독일산 수입차의 광풍을 낳는 직접적 배경이 됐다.
현대차 역시 소비자들의 취향과 변화에 대한 고민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그럼에도 신형 제네시스는 가솔린 모델만 출시하면서 승부수를 던졌다. 얼핏 보면 시장 트렌드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현대차의 디젤 기술력이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 부족하다며 냉혹한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디젤 모델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굳이 경쟁사처럼 트렌드를 쫓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일종의 자존심. 특히 프리미엄 세단인 '신형 제네시스'라면 더욱 그렇다.
신형 제네시스에 올라탄 후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강하고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 합정동에서 임진각까지 이틀간 200km가량을 주행했다. 60km/h 정속주행과 100km/h 고속주행 시 소음 측정을 진행했고, 측정된 데이터의 평균값을 구했다.
배기량 3300cc V6 엔진이 탑재된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100km/h 속도로 운전할 경우 61~63dB을 기록했다. 같은 환경에서 현대차YF쏘나타(67~68dB), BMW 520d(65~67dB)보다 수치상 조금 더 조용했다. 저속주행의 경우 소음값이 비슷한 수준이어서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됐다.
해당 모델에 대한 실내 소음측정 자료를 요청하자 BMW코리아는 자료를 건넸으나, 현대차는 대외비여서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해당업체 관계자는 경쟁 차종들을 직접 연구소에서 비교하면 업체들끼리 측정값이 다르게 나온다고 귀띔했다. 자동차 제조사별 측정 환경이 달라 수치가 다르게 나온다는 얘기다.
나름 정확한 자료수집과 공정한 분석을 위해 노력했지만, 측정장비(영점 셋팅)와 주변환경에 따른 변수까지 감안해 측정하기에는 역량과 전문성의 한계가 존재했음을 미리 밝힌다.
신형 제네시스의 경우 소음의 실내 유입을 막고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전 모델에 언더커버를 장착했다. 언더커버는 공기저항을 줄여, 특히 고속주행 시 소음을 감소시키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신형 제네시스에는 '저중량 열가소성 플라스틱'으로 된 언더커버가 적용됐다. 가벼우면서도 소리를 잘 흡수해 소음을 최소화하고 있다.
◇현대차 제네시스 언더커버.(사진=뉴스토마토)
특히 에어로 다이내믹(공기역학)을 고려한 뒷바퀴 로어암(바퀴 움직임을 조정하는 하체 부품) 커버가 한눈에 들어왔다. 부식방지는 물론 차체보호, 소음감소 등 세세한 곳까지 신경썼음을 엿볼 수 있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리프트를 통해 신형 제네시스를 들어 올려 봤다. 특이한 점은 신형 제네시스 앞바퀴 로어암은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해 부식방지를 미연에 방지했지만 뒷바퀴는 스틸 소재로 커버를 씌웠다.
최상위 모델인 에쿠스의 경우 앞뒤 모든 로어암에 알루미늄 합금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비싼 알루미늄 합금 대신 스틸을 사용해 원가절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 대목이다.
죽음의 서킷으로 유명한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혹독한 주행 테스트를 거쳤다고 하는 제네시스의 가속능력을 직접 테스트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의 시간을 의미하는 '제로백'은 6.5초를 기록했다. 준대형 세단에 주행모드 노멀(Normal) 상태에서 성인 3명을 태우고 달렸지만, 속도감과 파워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한마디로 좋은 차다.
신형 제네시스가 6000만원이 넘는 고가로, 이 금액이면 수입 디젤차를 구입하겠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궁금하다. 현대차 '제네시스' 엠블럼에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고급 수입차 브랜드의 엠블럼이 붙어 있다면 소비자들의 선택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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