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식기자] 자포스는 수많은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롤모델로 꼽힙니다. 특히 소셜커머스 사업가인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와 김범석 쿠팡 대표가 적극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오랜 기간 신발·의류 분야의 쇼핑몰 최강자로 군림하며 2009년 아마존에 1조3000억원으로 인수됐습니다.
자포스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요. 얼핏 생각하면 효과적인 사업전략을 전개하거나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기 때문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포스를 배우려는 이유는 ‘행복을 배달하는 회사’를 표방하며 건전한 기업문화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기업가치 극대화를 견인했다는 이야기죠.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기업에게 브랜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다만 자포스의 창업자 토니 셰에 따르면 구축방식은 50년 전과 매우 다릅니다. 과거에는 몇몇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여 어떻게 회사 이미지를 만들지 고민하고, 브랜드를 선전하는 데 많은 돈을 쓰면 됐습니다.
◇ 자포스 창업자 '토니 셰' (사진=위키피디아)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훨씬 더 개방된 사회가 됐기 때문입니다.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는 고객들, 회사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은 나쁜 경험에 대해 공유할 수 있고 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될 수 있습니다. 즉 거짓으로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그는 진정으로 존경받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 고객감동에 많은 비용을 썼습니다. 만약 소비자가 신발을 샀는데 마음이 들지 않으면 365일 무료 반품배송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4시간 운영되는 콜센터를 통해 불만을 토로할 수 있습니다. 상담원은 통화시간을 재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데 집중하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직원들이 건전한 업무태도를 갖췄기 때문입니다. 자포스는 채용부터 신경을 씁니다. 신입사원들은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콜센터 업무를 봐야하고, 현재 회사를 그만둔다면 200만원을 일시불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습니다. 능력만큼 인간성 또한 좋다는 검증이 끝나야 비로소 조직원으로 인정받죠.
아울러 파트너사와의 관계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흔히 유통업계에서는 암묵적인 관례라는 이름으로 바이어들의 횡포와 폐단이 많기 마련입니다. 예컨대 일부로 연락을 늦게 하거나, 식사대금을 치르게 하거나, 수 틀리면 역정을 내는 식입니다. 하지만 자포스는 훌륭한 파트너십이 더 나은 성과를 만든다고 믿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왜 자포스는 건전한 기업문화 구축에 사활을 걸었을까요. 토니 셰는 자서전을 통해 예전 창업에서 좋지 못한 것을 많이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1996년 링크익스체인지라는 온라인 광고회사를 세우고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에 2800억원으로 매각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는 직원들의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에 염증을 느꼈고, 스스로도 사업의 목적이 상실되는 것 같아 괴로웠다고 합니다. 적어도 자포스만큼은 그러지 않길 바랐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업전략 측면에서도 건전한 기업문화 구축은 ‘신의한수’였습니다. 전자상거래 모델의 장점은 판매공간을 가상의 웹사이트로 대체하고 바로 거래가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대신 진입장벽이 낮고, 사입에 의존하는 터라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 자포스 사이트 (사진제공=자포스)
결국 하나의 쇼핑몰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용자 충성도가 높아야 합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브랜딩과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죠. 여기서 자포스는 그 어떤 기업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고, 눈부신 사업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사회 전반적으로도 선진국에 진입하면서 원만한 사회성, 합리주의, 탈권위, 서번트 리더십, 공정성 등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자포스의 성공전략은 굳이 전자상거래 기업이 아닌 모든 스타트업 기업들이 참조할 만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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