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준호기자] 스톡옵션은 당장에 많은 보상을 해줄 수 없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자사주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직원이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가치가 커지면 과실을 공유하자는 제도로, 실리콘밸리가 성공한 원인을 ‘스톡옵션’에서 찾는 분석도 많습니다.
IT업계에 출입하면서 가졌던 의문 중 하나가 이런 스톡옵션 제도가 ‘왜 국내에서는 활성화되지 않았을까?’라는 점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벤처기업 스톡옵션 과세개선 토론회에서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벤처기업 2만9000곳 중에 스톡옵션을 행사한 곳은 단 9곳에 불과하다"고 말했을 정도로 한국에서는 아직 스톡옵션 제도가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제도적인 걸림돌을 문제점으로 꼽았습니다. 스톡옵션을 직원에게 부여하면 ‘주식보상비용’을 회계에 반영해야 해 회사의 제정상태가 나빠지고, 스톡옵션을 받는 직원도 높은 세율 때문에 이익을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높은 세율 문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세율을 대폭 낮춰주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회계반영 여부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 유지와 관련이 있는 문제로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도적 문제보다 스타트업 현장의 CEO들은 스톡옵션을 부여하기가 꺼려지는 보다 현실적인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여러 번 창업을 경험한 한 스타트업 대표는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니, 모두가 지분을 가지고 회사의 ‘왕’ 노릇을 하더라”며 “주인의식 과잉으로 업무처리가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또 다른 대표는 “스톡옵션을 외부에서 영입한 직원에게 부여하니, 기존에 일하던 직원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기업에 위화감이 조성됐다”고 스톡옵션 부여가 쉽지 않은 일임을 설명했습니다.
이 외에도 신주를 발행해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투자사(VC)들의 지분율이 낮아져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점, 스톡옵션 제도를 악용해 직원들 월급을 낮춘 사례 등도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미국식 ‘스톡옵션’ 제도가 한국에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도정비가 필요하지만, 한국식 기업문화에 맞는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스타트업 CEO들이 우수 직원 영입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은 무엇이 있을까요?
스타트업 기업의 최대 매력은 대기업에 비해 사내에서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최근 한 벤처기업이 영업이익의 90%를 직원복지에 할애해 많은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된 적도 있습니다.
한 스타트업 CEO는 “지금 고생하면 나중에 월급을 올려주고 스톡옵션도 부여해주겠다는 말처럼 못 믿을 말은 없다”며 “책임지지 못할 미래를 약속하는 것보다는, 조그만 현실의 성과라도 나누는 것이 함께 고생하는 직원들에 대한 도리”라고 말했습니다.
◇성공한 벤처기업들이 많이 모여있는 '판교테크노밸리'로 향하는 다리. 스타트업 기업 입장에서 우수한 직원은 성공을 향한 튼튼한 다리와 같다(사진=뉴스토마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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