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의 부동산퍼즐)에프터리빙제 부작용..국토부 알고도 방관
지난해 10월 국감서 지적..서 장관 "대책 만들겠다"
2014-02-12 15:50:50 2014-02-17 14:59:43
[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환매조건부 분양계약의 예견된 부작용이 터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과연 문제가 될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아마도 충분히 예측하고 있었을 겁니다.
 
최근 국토부가 때맞춰 예방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볼멘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는데요. 왜 그런걸까요.
 
환매조건부 분양계약. 분양가의 30%정도만 내고 2년간 살아본 후 분양을 받을지, 퇴거를 할지 정하는 마케팅 방법입니다.
 
불황이 한창이던 2010년 말부터 건설사들은 미분양 소진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하나 둘 에프터리빙제를 빼들었습니다. 프리리빙제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에프터리빙제, 프리리빙제 등 멋진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그냥 변종 분양 전략이리고 치부해도 됩니다.
 
전세난이 한창일 때 도입된 방식으로 전세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렸고, 많은 조건이 전세와 유사해 대부분 전세라고 생각해 입주계약을 체결했었죠.
 
한쪽에선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분명히 문제가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전세와는 다르게 명의이전을 해야하고, 애매한 원상복구 조항 등이 계약해지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입주자를 유혹합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난 후 역시나 문제가 터졌습니다. 건설사들은 2년 후 부동산시장이 회복 돼 아파트값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 입주자들이 분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주택매매시장은 생각만큼 활기를 띄지 못했죠. 최근 살아나는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아직 불신이 여전합니다. 이들 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2년전 분양가보다 떨어져 있습니다.
 
계약 해지를 원하는 입주자들이 입주금 반환을 요구했지만 돌려받을 길이 없습니다. 일부 건설사들이 입주금으로 받은 돈을 죄다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오죽 현금이 급했으면 이제 막 지은 새 아파트를 2년간 살아보고 결정하라고 했겠습니까.
 
 
◇에프터리빙제 인터넷 광고 홍보문 캡쳐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됐는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국토부는 에프터리빙제가 전세 계약이 아닌 분양 계약이기 때문에 향후 문제가 될 것을 알고도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토부 국정감사 현장.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은 광고물을 하나 들고 서승환장관에서 묻습니다.
 
"'신나는 전세, 신개념 전세'라는 홍보물 내용으로 봤을 때 수요자가 전세로 생각하겠어요? 분양으로 생각하겠어요? 이는 에프터리빙제 홍보문구인데 사실상 분양물 아닌가요?"
 
이에 서 장관은 "전세로 생각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분양물이라는 지적에 수긍했습니다.
 
이어 김 의원은 "전세로 알고 들어간 입주자가 건설사에 나간다고 했을 때 임대보증금을 제대로 반환해주고 있나요? 입주자가 나중에 피해를 받았을 때 어떻게 돌려받을 수 있나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당시 최소 25개 단지, 3만2500가구가 에프터리빙제 등의 방식으로 분양받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서 장관은 "(건설사가 보증금을) 안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돌려받기)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피해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음을 인정했고, 공정위와 협의해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국정감사 이후 벌써 4개월. 하지만 대책이 마련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는데요.
 
경기 김포와 용인, 일산, 인천 송도, 청라 등 2기 신도시라 불리는 많은 곳에서 환매조건부 분양이 성행했었죠.
 
환매조건부 계약의 폐해는 이제 시작입니다. 경고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시기에 예방책을 내놓지 못한 국토부는 환매조건부 계약 때문에 발생하는 국민들의 경제적·심리적 피해에 책임을 져야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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