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KT(030200) 자회사 직원과 협력업체들의 수천억대 대출사기 사건으로 은행들의 여신 부실관리가 도마위에 오른 가운데 대출사기를 피한 은행들이 있어 그 '비결'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나·농협·국민은행 등에서는 KT ENS 협력업체 대출사기와 관련해심사기준 자체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출처=뉴스토마토 DB)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3000억원대 대출사기를 벌인 KT ENS 협력업체들이 대출을 받은 17개 금융회사 외 다른 금융사에도 대출신청을 위해 접촉을 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우리은행은 지난 2012년 KT ENS 협력업체들로부터의 구조화 여신(SPC를 구성해서 대출을 받는 구조)을 의뢰받았지만 거부했다.
협력업체들이 KT ENS 1곳과 거래해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구조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또 회사 규모 대비 매출채권 규모가 커서 경영이 악화될 경우 대출금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휴대폰 단말기 매출을 담보로 한 구조화여신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해당 건의 경우 문서 자체가 의심스러웠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들은 지난해 말
기업은행(024110)에도 대출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자산실사 및 외부회계감사 확인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내부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하나·농협·국민은행 등에서는 대출 취급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등 대출 심사기준 자체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영업점의 여신 관리 한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 KT ENS의 경우 은행 일선 지점에서 수백~수천억원대 매출채권 유동화담보대출(ABL)이 이뤄진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한 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대출사기 관련 은행들을 보면 지점장 전결로 여신 결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정도 대규모 금액의 구조화 여신은 (당행의) 지점에서는 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나은행 등은 이번 KT ENS건의 경우 대출규모가 커 최종적으로 여신심사위원회를 거쳤지만, 심사자격을 갖춘 RM겸 지점장의 전결로 여신 결정이 이뤄지는 등 심사 구조가 간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선 지점은 서로 다른 금융기관들끼리 정보교류 기회가 적은 편인데다가 이번 대출 사기에 활용된 ABL에는 협력업체들이 공동으로 세운 특수목적회사(SPC)가 껴있고, 실제로 돈을 지급하는 주체가 KT ENS로 돼 있어 의심할 여지가 적어 금융사기 피해 가능성을 키웠다.
금융권 관계자는 "매출채권 담보를 일일이 찾아가 확인하기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대출 과정에서 다른 금융사의 동향만 파악했더라면 이번 사기 사건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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