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지상파 예능 PD들의 '엑소더스'가 줄을 잇고 있다. '스타 PD'로 이름을 날리던 이들이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쪽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것. 방송가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작환경이 원인이 아니겠냐고 입을 모은다.
지난 12일 MBC '무릎팍도사'와 '나 혼자 산다' 등을 연출한 오윤환 PD와 ‘무한도전’의 마건영 PD가 사표를 내고 종편 사업자인 JTBC로 이적했다.
(사진=조아름기자)
2002년 MBC에 입사한 오윤환 PD는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조연출로 주목받았다. 이후 '우리 결혼했어요'의 전진-이시영 커플편을 연출했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중 '대망'과 '뜨거운 형제들' 등을 연출했다. 지난 11일부터 2월까지는 '나 혼자 산다'를 맡았다. .
2011년 MBC 경력PD로 입사한 마건영 PD는 '일밤'의 '뜨거운 형제들', '뮤직 버라이어티 룰루랄라'와 '무한도전'에서 활약했다.
지난 2011년 JTBC 개국 당시에도 '황금어장'의 기획을 맡았던 여운혁 CP(책임 PD)를 비롯해 임정아 PD, 성치경 PD 등이 MBC에서 JTBC로 올겨간 바 있다.
CJ 계열 PP인 CJ E&M으로의 이동도 이어지고 있다.
SBS 출신 신효정 PD와 KBS 출신 고민구 PD 등도 이번달부터 CJ E&M로 둥지를 옮겨 출근하고 있다. 신효정 PD는 SBS에서 '화신'을 론칭하고 최근 추석특집 예능프로그램인 '이장과 군수'를 연출했다. 경력 공채로 SBS로 오기 전에는 KBS에서 이명한 CP, 나영석 PD와 함께 '1박 2일'을 연출하기도 했다.
고민구 PD는 '해피선데이', '미녀들의 수다2',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 등 다수의 KBS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거쳐왔다.
지상파 PD들의 잇따른 이적에는 종편과 케이블PP의 콘텐츠 파워가 높아지면서 위상이 달라진 것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상파 방송사의 경직된 조직 분위기도 이동의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상파 관계자는 "최근 종편, 케이블의 드라마·예능 프로그램들이 큰 사랑을 받으면서 매체는 중요하지 않다는 인식이 늘었다"며 "PD들도 종편과 케이블이 표현 수위, PPL 등이 비교적 자유로롭기 떄문에 매력적인 매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MBC PD협회는 "예능본부의 핵심 PD 2명이 거대 지상파를 박차고 종편 방송으로 이적을 결심한 것은 MBC에 더 이상 자율성이 사라지고 비전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은 김재철 제제 이후 MBC를 망쳐온 경영진들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어 "어떤 포맷을 만들지, 누구를 출연시킬지, 무슨 이야기를 할지를 모두 경영진이 결정하다보니 MBC는 극심한 관료주의 집단이 되어버렸다"며 "이런 환경에서 어느 PD가 창작의욕을 불태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