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일본은행(BOJ)이 부진한 4분기 경제성장률에도 경제상황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이어가며 통화정책을 유지키로 18일 결정했다.
다만 다음달로 종료될 예정이었던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1년 연장하며 추가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BOJ는 전날부터 이틀간 이어진 통화정책회의 직후 성명서를 통해 일본 경제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매년 60조~70조엔 규모의 본원통화를 확대하는 통화정책을 유지키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히로아키 무토 스미토모 미츠이 자산운용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 경제에 즉각적인 충격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상하고 있다"며 "소비세 인상은 추가 완화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오는 4월 소비세를 현행 5%에서 8%로 올릴 예정이어서, 소비세 인상 직후 내수시장 위축 등의 경제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BOJ는 다음달 종료될 예정이었던 성장지원을 위한 자금대출 프로그램과 무제한 대출지원 프로그램의 규모를 두배 확대하고 만료기간을 내년 3월말까지 1년 연장키로 했다.
어제 발표된 일본의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BOJ 내부의 추가 자산매입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자 우회적인 경기부양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이끌고 경기회복을 가속화하겠다는 계산이다.
BOJ는 기존 3조5000억엔이었던 성장지원 자금대출 프로그램을 7조원으로 확대, 성장잠재력이 높은 의료와 관광분야에 자금을 집중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무제한 대출지원 프로그램 지원 규모는 기존 5조엔에서 10조엔으로 늘렸다.
오바타 슈이치 노무라증권 이코노믹리서치 대표는 "BOJ가 대출 규모를 갑자기 늘린 것은 아니지만 경기 둔화에 뒷짐을 지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 행동"이라고 진단했다.
BOJ의 통화정책 확대에 대한 시장의 압박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애널리스트의 말을 인용해 "만약 일본내 개인소비지출이 확장세를 잃어갈 경우 다음달 중으로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요구하는 시장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일본 증시가 추가하락할 경우 BOJ가 경제전망을 다소 보수적으로 변경하며 추가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증시는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부진과 신흥국 시장의 혼란이라는 악재 속에 올들어 10% 이상 하락했다.
반면 바클레이즈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성장세 부진은 무역수지 악화에 따른 것으로 내수는 아직 견조하다고 평가하며 BOJ가 오는 7월까지는 현 통화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 등 BOJ내 주요 인사들은 여전히 현재의 일시적 경제둔화는 추가 완화정책을 시행할만한 충분한 조건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BOJ의 통화정책 유지 발표 이후 일본증시는 3% 이상 급등하며 지난 12일 이후 약 일주일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후 2시40분 현재 닛케이 지수는 3.21%(462.15포인트) 상승한 1만4855.26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출지원 프로그램 확대 소식에 미츠비시UFJ 파이낸셜과 스미모토미츠이 파이낸셜그룹, 미즈호파이낸셜그룹 등 5% 내외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은행업종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BOJ 성명 발표 직후 달러당 101엔대로 급락했다 이후 102엔선을 회복했다. 오후 2시39분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5%(0.77엔) 오른(엔화가치 하락) 102.67엔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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